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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Jul 05. 2023

밤바다에서 행복 낚기

결혼 전  대구에 살 때는 바다에 가려면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차를 타야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주 갈 수는 없었고 여름휴가 때나 큰 마음을 먹어야만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20분만 달리면 바다가 나온다. 그러니 툭하면 바다다.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러 바다에 가고 아이들과 뛰어놀으러 바다에 가고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으러 바다에 간다



우리는 또 바다로 갔다. 남편의 취미이자 아이들의 버킷리스트인 바다낚시를 위해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서였다. 오늘을 위해 캠핑용 버너와 냄비세트, 휴대용 테이블, 웨건까지 준비했다. 이런 걸 보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하는 거겠지? 외출이 쉽지 않았던 우리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밤에 다 같이 나가는 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밤이 되면 완벽에 가까운 전맹이 되어버리는 나.. 물론 불빛은 보이지만 가로등이 없거나 불빛이 없는 그 모든 것이 암흑세상이다 보니 남편은 그런 나를 챙겨야 하고 어린아이들까지 챙기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 수고로움을 알기에 선뜻 나가자는 말도 못 했고 나갈 용기도 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더더욱 밤 외출은 우리 집에서 금기사항이나 다름없었다. 용기만으로 도전하기에는 가족 모두의 안전이 우선이었으니까.



이제 아이들이 많이 커서 그런지 밤 외출이 그리 어렵지가 않아 졌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밤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밤 풍경이 어색한 아이들은 내 손을 놓지 않는다. 나는 남편의 팔을 잡고 아이들은 내 손을 서로 잡으려고 다툼이 생기고 결국 여전히 줄줄이 비엔나가족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하.


"와. 엄마. 달이야 달! 달이 너무 이뻐. 사진 좀 찍어야겠어."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지만 여태껏 달을 실제로 본 게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달이 그렇게 예뻐 보였나 보다. 심지어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도 너무 예쁘다며 호들갑이었다. 마치.. 깊은 산골짜기에 살던 촌띠기 아이가 도시에 처음 발을 디딘 것처럼.. 눈과 입이 쉴세 없이 움직였다. 수십 장의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냐며 감탄하는 아이를 보니 행복은 정말 가까이에 있는 듯했다.



바다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나를 배려해서 가로등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고 준비해 둔 도시락과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는 라면이 그 어느 때보다 먹음직스러웠다.



보글보글 맛있는 라면



해가 지고 이제 슬슬 낚시에 돌입을 했다. 어차피 재미로 온 거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정말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은 미끼로 가져온 새우를 낚싯줄에 매달아 이름 모를 바다물고기들에게 식량을 조달해 주었고 아이들은 가로등아래에서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느라 신이 났다. 생각보다 바닷바람이 차가웠다.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이 시간, 이 순간들이 소중했다. 다음에도 물고기 대신 행복한 추억 하나 낚아와야겠다.


비록 물고기는 잡지 못했지만 그 보다 더 값지고 맛이 좋은 우리 가족만의 추억하나 잡은 것이 더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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