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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Aug 09. 2023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너

"맥박이 왜 이렇게 빨라요? 이러면 못하는데.."


6년 만에 건강검진을 했다. 문제는 병원만 가면 뛰는 내 심장이었다. 이미 건강검진을 예약한 석 달 전부터 극도의 불안감이 몰왔었다.



내시경실에 들어와 누운 지 5분 만의 일이었다. 사실 그전 검사부터, 아니 집에서 출발한 시간부터 쉴 새 없이 빠르게 뛰던 심장은 내시경실에 들어온 후 더 빠르게 요동쳤다.


'아. 제발 좀.. 조용히 뛰라고..'


최대한 편안해지려고 노력을 했다. 깊은숨을 몰아쉬어도 보고 어젯밤 관장약을 먹던 나를 향해 응원해 주던 둘째의 모습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심장은 더 빠르 요동칠 뿐이었다.


"맥박이 150이 넘어요. 이러다가 부정맥이 올 수도 있어요. 비수면으로 하던지.. 아니면 대장내시경만 합시다."



맥박이 빠르면 위내시경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 결국 위내시경은 포기한 채 대장내시경만 진행했다. 더군다나 약을 조금만 쓰신 건지.. 중간에 깨버리는 바람에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말았다. 아휴..



내 심장이 이토록 빠르게 뛰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내시경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검사결과에 대한 약간의 걱정.. 사실 그보다 병원 내에서의 움직임에 관한 문제가 컸다. 다시 말해 이동문제가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남편과 함께하는 검사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남자인 남편이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단 검진을 하려면 탈의실에서 사물함을 찾아서 그 안에 있는 환자복을 입어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걱정의 시작다. 예상한 대로 나는 사물함의 번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사물함의 열쇠구멍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검사를 마친 후 다시 내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서는 이 과정의 걱정을 반복해야 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변검사용 컵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 내내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어디에 앉아야 할지 등 모든 것이 걱정거리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 내 심장을 요동치게  듯하다.



두려움과 공포는 경험에서 다. 언제부턴가 내 마음과는 달리 아주 작은 걱정거리나 고민이 생기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목소리가 떨리고 숨을 쉬는 게 힘들 때도 있었다. 심한 날에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찾은 적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이토록 불안해하는지를..



예전에 눈이 잘 보일 때는 그러지 않았다. 눈이 나빠지면서 혼자 외출을 하게 되면 유난히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가끔 턱에 발이 걸리거나 기둥 같은 것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심장이 터질 듯이 뛰는 걸 느낀다. 결론적으로 나는 늘 긴장상태인 것이다.



사실 검사 전 병원에 미리 도움을 요청했다. 감사하게도 간호사분들의 배려로 검사 내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요란하게 뛰었다. 도움을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듯하다. 아니 적응이 필요하다. 혹여나 민폐가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긴장감은 여전했다. 좀 더 유연하고 쿨하게, 아니 무덤덤하게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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