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Sep 11. 2023

악몽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꿈

새벽 세시, 풀벌레소리가 캄캄한 새벽공기를 따라 안방 창문을 넘어 내 귓가에 머물렀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눈을 뜬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가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꿈속에서 애가 타게 기다렸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야. 너희들 이렇게 늦게 다니면 어떡해.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그럼 데리러 나오던가!"


얼음 같았다. 차디찬 아이의 말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그래.. 엄마가 나가면 좋은데 그러질 못했네. 너도 그건 잘 알잖아."


그 뒤 아이의 불만이 쏟아졌다.


"엄마는 집에서 쉬기만 하고 우리를 위해서 뭘 해준 게 있어?"


꿈속의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엄마가 미안하다. 그래도 너희들 어릴 때는 매일 데리러도 가고 많이 노력했어. 지금도 노력 중이고.."


하지만 아이는 내 말에 전혀 공감을 해주지 않았다. 뒤이어 아이에게 엄마가 없어도 되냐고 물으니 없어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나는 캐리어를 꺼냈다. 캐리어 속에 버릇처럼 아이들의 옷과 내 옷을 께 담다가 아이들의 옷은 다시 꺼내고 내 옷만 캐리어에 담았다.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기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니야. 언제나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은 하면서 살아." 하며 집밖으로 나와버렸다. 아이는 더 이상 나를 붙잡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라 정말 다행이다. 온 세상은 여전히 고요했다. 창밖의 풀벌레 소리도, 아이들의 숨소리마저도 잔잔했다. 손을 뻗어 통하고 따뜻한 아이의 손을 잡아본다. 그리고는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혼밥도 즐겁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