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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Sep 05. 2023

혼밥도 즐겁다

젓가락이 접시로 향한다. 우엉조림을 집어서 입으로 넣다가 밥그릇에 흘리고 만다. 다시 젓가락을 들어 이번에는 다른 접시로 간다. 도라지무침을 대충 집어서 입으로 넣는다. 성공이다. 그런데 입가에 양념이 묻어버렸다. 옆에 있는 티슈로 닦는다. 이래서 티슈는 필수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인형 뽑기가 연상된다. 운이 좋으면 야무지게 집어오고 운이 나쁘면 힘없이 떨어트리고 만다. 빈 젓가락을 입에 물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엄마가 공기도 집어서 먹는다며 웃어넘긴다.



시각장애인들은 대부분 한 그릇요리를 좋아한다. 나도 이제 그렇다. 골고루 골라 먹는 것도 재미이겠지만 이제 나는 그냥 내 그릇에만 집중해서 먹는 게 마냥 편하다. 어느 접시에 어떤 반찬이 있는지 기억해 둘 필요도 없고 헛젓가락질을 하거나 가지고 오면서 떨어트릴 일도 없다. 예전에 친정오빠가 그랬다. 내 젓가락질을 보고 있노라면 서커스공연을 보는듯하다고. 아슬아슬한 게 묘기가 따로 없다고 했다.



람들 혼밥(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고 . 하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혼밥이 맛있어졌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면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서인지 음식맛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음식을 먹다가 흘리는 실수는 물론이고 전체 음식의 양이 가늠이 잘 되지 않아서 나 혼자 맛있는 것만 골라먹는 얌체가 될까 봐 먹는 내내 조심스럽다. 가끔은 미쳐보지 못한 요리를 나중에서야 발견하고 안타까웠던 적도 많다. '알았으면 먹었을 텐데 말이지.' 어쩌면 아직은 내 모습에 자신이 없는 것인 줄도 모른다. 이 또한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나도 장애는 처음이니까. 젠가는 나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시각장애인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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