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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Sep 25. 2023

숨바꼭질

시끌벅적 아침시간,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의 흔적들이 나를 향해 소리친다. "치워주세요." "싫은데..? 아니, 할 거야. 할 건데 좀 천천히 할게." 설거지를 하려고 주방으로 가다가 빨래더미를 발견하고 세탁기부터 돌린다. 주방과 거실을 오가는 중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아. 너구나. 텔레비전.. 아유. 시끄럽다.' 아이들이 켜두고 간 텔전부터 꺼야지 싶었다. 그런데 없다. 리모컨이..



텔레비전 앞에도 없고 식탁 위에도 없고 혹시 몰라 변기 위에도 봤지만 없다. 지난날 아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거실테이블에서 뒤적여보지만 여기에도 없다. 뭐가 이렇게 많이 쌓여있는 건지.. 이참에 테이블부터 정리해 본다. 널브러진 종이조각들 사이로 작은 비즈들이 나뒹군다. 에라 모르겠다 죄다 쓰레기통에 부어버린다. 테이블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지. 내 마음속에도 그런 여유를 찾아본다. 속이 다 시원하다.



'아참. 리모컨. 어디 있을까? 설마 아이들 가방에 넣어준 건 아니겠지? 며 이방 저 방을 다니며 찾아본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지나간 자리마다 갈 곳 잃은 물건들이 제자 찾는다. 덩달아 흩어진 내 마음도 제자리를 찾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함 참을 숨바꼭질한 후에야 겨우 찾았다. 그놈의 리모컨. 텔레비전 바로 옆 책꽂이서 나를 보며 비웃는다. '나 여기 있었지요.' 물건들은 말이 없다. 움직임도 없다.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릴 뿐.. 그러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비로소 날개를 펼친다. 이방 저 방을 날아다가 틈만 나면 숨어버린다. 사도사도 없어지는 머리고무줄이 그렇다. 딱풀도, 손톱깎이도, 오늘의 리모컨도.. 매일같이 숨바꼭질을 한다.



행복도 그러하리라. 애가 타게 찾고 다시 달아나버리고 또 찾으리라. 사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바로 옆, 바로 아래, 바로 앞에서.. 나는 오늘도 사라진 너를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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