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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30. 2023

그리운 사람

향기만 남기고...

 지난봄에 브런치를 떠난 작가님이 한 분 계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댓글로 소통하며 위로도 받았던 터라 갑작스러운 이별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나는 그 작가님의 글을 좋아했다. 이제 더 이상 그분의 글을 찾을 수가 없다. 이름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쌀을 씻다가, 아이의 머리를 말려주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호등 앞에서 문득 그 작가님의 글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니곤 한다. 글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이나 소식이 뜸해지면 덜컥 겁이 난다. 갑자기 브런치를 떠나시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온라인상으로 만난 인연들과 이렇게 정이 들 수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여전히 그리워한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란다.


 오늘은 첫째 아이의 현장체험학습날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고 남편과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쟁 같던 시간이 지나고 폐허가 되어버린 싱크대를 정리해 놓고 식탁에 앉았다. 브런치를 열어 밤새 올라온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있는데 세탁기가 노래를 부르며 나를 부른다. '에잇. 안 들려. 나중에 가야겠다.' 오랜만에 믹스커피 한잔을 태워놓고 그리움을 마시며 몇 자 끄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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