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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Nov 09. 2024

공포스러웠던 진료대기실

사고 난지 2주 후,

깁스를 바꾸러 병원에 가기 위해

지원사 선생님은 출근하시자마자 장애인콜을 불렀다.

그만큼 대기자는 늘 넘쳐서 한참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설거지를 하시며 내게 묻는다.


"아침은 먹었나요?"

"네."

"몇 시에 먹어요?"

"일찍 먹어 버릇 해 7시에 혼자 대충 먹어요."

"그럼 커피 마실 거죠?"

"그럼요."


선생님이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나서야 장애인 콜이 잡혔다.

휠체어를 타고

선생님과 함께 내려가 차에 올랐다.

그러자

기사분은 내게


"어쩌다가 다리를 다쳤어요?"

하고 물으신다.


"네.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졌어요."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가 유난히 더 많았다.

교통사고 환자가 있는 걸까?

선생님은 진료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발목 엑스레이부터 찍고,

그리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발이 너무 부어서 반 깁스를 한 건데,

이젠 통 깁스로 해도 될 것 같아요.

나가셔서 꼭 통깁스 하고,

약 받고 가시면 돼요."

"네."


그래서 결국 통깁스를 하고,

그 사이 선생님은 장애인 콜을 부르셨다.

선생님은 주위 상황을 내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셨다.


"어떤 남성을 둘러싸 경찰이 같이 다녀요."

"왜요?"

"범죄를 저질렀어도 몸이 아프면 병원 와야 하니까요.

그래서 좀 무서워요."


이야기를 듣자, 나도 왠지 무서웠다.

장애인 콜이 빨리 오길 기다리고만 있었다.

드디어 잡혔다.

그런데 보는 기사분마다 내 발에 대해 자꾸 물으시니

대답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지원자 선생님이 알아서 대답을 해주신다.

집에 도착하여 쉬고 있을 때,

선생님은 밥을 차리셨다.

오늘은 유난히 선생님께 미안하다.

휠체어를 계속 밀어주시니까.


"우리 식사같이 해요."


선생님은 괜찮다며 거절을 하신다.

밥 먹은 걸 다 치우고 나서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볼일이 있어서 오늘은 나 일찍 퇴근할게요.

내일 뵐게요."

"네. 수고하셨어요."

"오늘 많이 피곤할 거예요 푹 쉬셔야 해요."

"네."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주은이,

엄마에게 다가와 말을 한다.


"오늘 병원 잘 다녀왔어?"

"응."

"근데 도우미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신 건데, 

병원에 수갑 차신 분들이 돌아다니신대"

"그렇구나! 그분들도 아프면 병원 와야지"

"그렇긴 하네."


그나저나 발이 이제 시작인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너무 답답하고, 걷는 것도 힘들고, 불편해.

하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나여야 했을까?

'다음엔 내릴 때 더 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으로 사고가 난 건 아니지만 답답하다.


주은이 학교 가고 결국 혼자 집에 남아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은 일찍 마치는 날이다.

그럼 나도 기다리면서 학교 강의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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