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깁스가 익숙해지고,
모든 생활이 익숙해지는 과정 속에
무심했고 몰랐던 세상을
내가 직접 부딪히면서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블록은 방향감을 잡아 주는 거라 꼭 필요한 건데,
그것이 휠체어 타시는 분들에겐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마치 멀미할 것 같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밖에 나갈 때마다 너무나도 버거웠다.
그 바람에 나는 원하지 않게 그만
지원사 선생님께 투정도 부리게 되었다.
드디어 통깁스를 푼다고 했던 날,
예전처럼 지원사 선생님과
장애인 콜을 불러 병원에 갔다.
늘 그랬듯 엑스레이부터 찍고,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인대가 제대로 잘 붙은 것 같긴 한데,
나중에라도 아프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해요.
붙었지만 살짝 틈이 보여서 말이죠."
"네."
드디어 통 깁스는 풀었지만
반 깁스를 다시 하게 해 주셨다.
그래도 훨씬 가벼웠다.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다.
지원사 선생님은 다시 장애인 콜을 불렀고,
혼자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오셨다.
무슨 일인지 장애인 콜이 최근 금방 잡힌다.
집에 도착했을 땐 기분은 너무나 좋았다. 깁스를 완전히 푼 걸 주은이에게 자랑하려고 하는데,
주은이가 외출했나 보다
아쉽다
나는 너무 피곤했는지 그만
점심도 못 먹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내가 깼을 땐 지원사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아마도 그냥 퇴근하셨나 보다.
나는 혼자 족욕을 시작했다.
그럼 어쩜 더 빨리 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깁스 풀면 금방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발짝도 걷기 힘들다.
왜 안 되는 거지? 왜 안될까?
한 달을 못 씻던 발이 세상밖에 나왔는데,
발이 엉망이었다.
남의 발 같고,
때를 밀어도 밀어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좋다.
무거운 깁스가 아닌 반깁스.
괜히 행복해졌다.
덕에 점심 거른 것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외출했던 주은이가 왔다.
"엄마 깁스 풀었어?잘 됐네 괜찮아?"
"응 괜찮아.
근데 당분간은 반깁스 하고 다녀야 하나 봐."
"당연하지. 당분간은 많이 조심해야 해."
"맞아. 의사 선생님도 물리치료는
계속 다니라고 하셨어."
지원사 선생님 덕에 보험처리도 잘 되었고,
모든 일 처리가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튼튼하지 못한 발목 덕에 한 달 빌린 휠체어를
한 달 더 주은이가 연기해야 했었다.
주은이는 정형외과를 옮기자고 했다.
집 근처가 아니라서 지원사 선생님이 싫어하다 보니
할 수 없이 정형외과는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주은이와 원래 같이 다니던
작은 정형외과로 옮기게 되었다.
오히려 잘 된 건가?
원래 다니던 정형외과는
치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사치료, 물리치료, 전기치료, 초음파치료.
거기에 더해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아이스팩 치료와 보호대도 착용하도록 도와주셨다.
너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