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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k Feb 18. 2023

Tanger 14

관광지로 이동하니 사람보단 경치와 분위기에 집중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70~80%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추측된다. 길목의 배경이 좋거나 의미가 있는 장소엔 너도나도 의례히 폼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다. 현지인들이 매일 걷는 익숙한 거리에서 이렇게 멋을 부리고 사진을 찍을 리는 없을 거다. 호텔로 걸어가는 길목에 Kashbah Museum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역사박물관인데 이에 대한 정보가 없어 한번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오래전 궁전으로 쓰였다는 박물관 건물은 아마도 Tanger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위치해 있는 듯하다.


이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이슬람 왕조에 이르는 유물과 미술품, 벽화, 생활도구등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가 미로처럼 복잡해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 조심스레 기억을 해가며 내부와 전시물을 구경한다. 오래전 과거에 궁전으로 쓰였던 건물답게 화려한 바닥 문양의 정원과 방과 거실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공간들이 계속 나타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사회 고위급 인사나 유명인들은 전망이 좋은 높은 곳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예정에 없던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호텔을 찾아 나선다. 하얀색 벽의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로 각종 가게와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바닷가 관광지 휴양도시의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활기차고 신선한 에너지가 느껴온다. 10월 모로코 가을의 파란 하늘과 흰색의 건물들이 더없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어디선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듯한 이쁜 도시이다.


이 좁은 길을 걸으면서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연신 거리의 풍경과 이쁜 카페를 찍고 셀카도 찍어댄다. Kashbah 박물관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호텔을 거의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 호텔 안내데스크에서는 외국인은 여권을 복사해서 퇴실할 때까지 보관해 둔다. 예약을 확인하고 등록을 마치고 방을 찾아 올라간다. 며칠 전의 휴지 없는 낯선 호텔에서 받은 상처를 만회라도 해 주듯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객실과 함께 여행객이 필요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화장실엔 넉넉한 휴지까지.... 휴~~ 다행이다. 모든 게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호텔이었다.

호텔 앞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어두워진 저녁거리를 걸어 다녀 보았다. 좁은 골목길의 상점과 카페, 바닷가 길에는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모로코의 주요 국가 수입 중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말을 정말 이곳 Tanger에서 실감하게 된다. 저렴한 가격의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가 있다면 관광객이 올 수밖에 없다. 모로코가 그런 면에서는 정말 매력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며칠간 관광지 방문을 조금 미루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로코 현지인 도시를 방문하며 여러 가지 모습들이 교차된다. 지난 며칠간 예상치 못하게 정말 다른 생활 수준의 모로코인들을 보게 되었다.


묘한 기분이다.

Tanger에서의 시간은 역시나 관광지역답게 아름답고 여유롭고 낭만적이었지만 지난번 도시 Anassi나 Sidi Kacem의 우여곡절 좌우충돌이 없이 너무나 무난한 시간이었다. 여행이 계획된 대로 안 돌아가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때 고생은 좀 더 될지언정 여행의 묘미와 재미는 더 해 간다는 말을 제대로 체험하게 된다. Tanger의 아름다움과 운치에 취해가지만 관광도시로 포장되어져서인지 현지인들과의 접촉의 기회는 거의 없었고 더듬거리는 의사소통과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고 내리는 긴장의 시간도 훨씬 감소되었다.

마침 모로코에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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