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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꾼도시워킹맘 Nov 28. 2022

나는 특별한 날이 반갑지 않다.

보통날이 좋아


입학식, 졸업식, 참관 학습, 학부모 면담, 합창 음악회, 운동회, 신입생 추첨 자율휴업일, 개교기념일
그리고 방학. 두 달이나 되는 긴 긴 겨울 방학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서야 알았다. 이렇게나 많은 특별한 날이 있다는 것을. 내가 꼭 휴가를 써야만 하는 특별한 날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을.


  ,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만 해도 특별한 날이 없었다. 아이가 다닌 기관은 내가 다니는 회사의 어린이집이었으니까. 입학  오리엔테이션도, 이런저런 어린이집 행사도 모두 퇴근 이후 시간, 또는 주말인 것이 당연했다. 저녁 시간에, 주말에 행사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노고는 생각도 못한 채, 너무나 당연하게 그러려니 여겼다. 학부모 개별 면담은 아이들 낮잠 시간을 틈타 낮에 진행되었지만, 그마저도 같은 건물에 있는 어린이집에 2~30 다녀오면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야  의 편안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사실 입학식, 졸업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는 누구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더라,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더라 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다. 더구나 입학식, 졸업식 날 휴가를 쓴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없다. (100% 장담은 못하겠다.)


참관학습

참관 학습을   부모들은  것이다. 예전에 비하면 아빠들이 오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대다수는 엄마들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이의 학교는 아빠 참관학습일을 1년에   따로 운영한다. 아빠들도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참관 날을 만드는 취지는 좋다. 그러면  취지를  살려 나머지 참관학습은 1년에 1번만 했다면 (일하는) 엄마들은  좋지 않았을까?

참관이 끝나고 나오는 길, 혹시나 엄마들 모임이 있는건 아닌지, 다들 모이는데 나만 못가서내 아이만 어딘가에 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싶어 눈치를 살피게 되는 찰나의 시간도 불편하다.

불평은 많지만 용기 있게 티도 못 내는,
우리 아이만 참관 학습에 엄마가 없어 풀 죽은 모습을 보지 못하는 나는
하는 수 없이 참관을 가기 위해 휴가를 낸다. (그래도 참관 날은 오전 반차면 충분하다.)




운동회, 합창 음악회, 학예회

운동회, 합창 음악회, 학예회 등과 같이 아이들의 공연을 보거나 아이들과 어울려 참여하는 성격의 특별한 날이 있다. 이런 날은 [행사의 끝 = 아이의 하교 = 친구들이 모여 키카 가는날]의 공식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날 엄마가 학교에 오고 같이 집에 간다는 별 것도 아닌 사실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 아이는 더하지 않겠는가? 사립초를 다니는 까닭에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기회가 귀한 아이에게 엄마는 다시 회사에 가야 하니 그냥 집으로 가자는 말을 하기는 싫다.


그래서 또 휴가를 낸다. 그리고 극 I형인 나는 사회생활 18년으로 다져진 비즈니스 스마일을 장착하고 엄마들과 수다를 떤다.




학교 재량휴일

사립초 추첨일, 개교기념일, 재량 휴업일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고 쉬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내가 꼭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상황에 따라 휴가를 내는 날도, 엄마나 시어머니의 도움을 요청하는 날도 있다. 비교적 마음 편한 특별한 날이다.

지난주 신입생 추첨일, 휴가를 내고 아이와 롯데월드에 갔다. 부모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추첨일엔 롯데월드를 가겠노라 아이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또 휴가를 냈다. (11월 첫째 주 참관을 남편이 가고, 추첨일엔 내가 휴가를 쓰기로 했었다. 참관수업 이틀 전, 남편이 급작스레 출장을 가게 될 줄이야. 이래서 난 또 참관 날도, 추첨일도 휴가를 썼다.)


하루 휴가쯤은 방학에 비하면 껌이다.



방학, 방학, 방학

무서운 방학. 어린이집 시절에는 방학이 6일이었다. 여름에 3일, 겨울에 3일. 회사 어린이집은 고맙게도 6일의 방학이 전부였다.


워킹맘이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 방학이라는 무시무시한 돌봄 절벽이 기다린다. 한 달의 여름방학, 두 달쯤 되는 길고 긴 겨울 방학까지, 아주 특별한 날들이다. 방학엔 도리가 없다. 나의 1년 치 휴가를 탈탈 털어도 방학을 버텨낼 수 없다. 여름방학엔 여름휴가로 일주일을 버티지만, 겨울엔 그마저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아이의 할머니들이 우리 집으로 교대로 출근을 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행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행운을 사용하기 위한 사전 조율 단계도 힘들다.) 온갖 학원 특강과 캠프를 알아보지만, 지난 2년은 백약이 무효했다. 집에 있는 것이 최고였으니.


엄마, 어머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길고 긴 방학을 버텼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곧 방학이니,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1년의 육아 휴직을 썼었다. 육아 휴직을 빙자한 안식년이었지만. 휴직 1년 동안은 마음 편하게 학교의 온갖 행사에 참석했었다. 그리고 복직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로 비교적 특별한 날에서 자유로운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날은 없었지만 특별하지 않은, 코로나와 재택, 온라인 수업으로 하루하루가 더 버라이어티 했지만 말이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본격적으로 학교의 특별한 날이 부활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반갑지 않은 특별한 날이었다. 하지만 이젠,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학교에서도 특별한 날을 운영할  있는 보통날을 살아갈  있게 되어  좋기도 하다.  이렇게 학교에 자주 가야 하냐고 이내 투덜대겠지만, 당분간은 조금은 반가울  같다. 그리고 이왕 다가온 특별한 날에는, 엄마도 아이도 즐거울  있는 특별한 날을 보내는 내공을 발휘할  있기를 모든 워킹맘들을 위해 기도해 본다.


특별한 날에 내가 휴가 쓰는 것을 아이의 탓이라 생각하지 않기

이왕 휴가를 냈으면 연차가 아깝지 않게 꽉 채워 놀기

잠들기 , 아이에게 너와 같이   있었던 하루가 너무 행복했다고 고백하기

그렇지만 남편에게는 휴가냈다고 생색 팍팍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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