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컬러스 Jan 05. 2023

SNS와 육아의 공통점.


개그맨 양세형은 라디오스타에서 본인이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이유를 얘기한 적이 있다.

이미지 출처 : MBC 라디오스타

"잘 살다가도 SNS를 보면 드는 고민이

개개인의 즐거운 일상이 모이는 SNS,

이런 것들이 하루에 다 올라오잖아요.

액정너머로 한 번에 확인하게 되는 타인의 하루를 보면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도 매일이 특별한 건 아닐 텐데.

팔로우 100 명중에 30명이 글을 올려도

30개의 게시글이 한 명이 쓴 글처럼 느껴져서 부러운 거예요.

나도 분명히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는데.

그래서 SNS를 안 보기로 결심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비슷한 경우가 있다.

인스타에서 보이는 어떤 아이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한다.

동네 지인의 아이는 들어가기 힘들다는 수학학원 테스트에 붙었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합창단에 들어가 로마로 공연을 간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연예인 소속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또 다른 아이는 글밥 많고 두꺼운 책도 척척 읽어낸다.

친구네 아이가 쓴 글을 읽어보면 어쩜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지 싶게 놀라울 정도로 표현력이 좋다.

얼굴이 예쁜 아이, 사교성이 좋아 학급에서 일명 인싸라 불리는 아이, 예의 바른 아이.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명의 엄친딸, 엄친아들의 얘기를 듣고 보게 된다.

(그 아이가 나와 직접 연관이 없는 SNS 상에서의 일방적인 관계라도...)


우리 아이도 분명 그 수많은 장점들 중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자기 물건을 잘 못 챙겨 엄마한테 맨날 혼나는 덜렁이지만,

속상한 일이 있어도 오래 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는 나보다 넓은 마음을 가졌고.

4학년인데 아직 구구단이 바로 안 나오면 어떡하냐고 구박을 받지만,

영어를 좋아하고 원서를 즐겨 읽어 주변 엄마들에게 부러움을 사게 만든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그걸 망각하고

어느새 아이의 장점은 당연한 것이 되고 부족한 면만 도드라지게 보인다.

저 집 아이보다는 수학이 많이 떨어지네.

쟤는 운동을 저렇게 잘하는데 우리 애는 왜 이렇게 몸치지.

다른 애들은 글씨도 예쁘게 잘 쓰던데 얘는 글씨가 왜 이래.

4학년 되면 한두 명씩 단짝도 있고 그룹도 있다는데 얘는 왜 친구가 없지.


엄마의 욕심은 날이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


수학은 채은이만큼 잘했으면 좋겠고, 

운동은 예소처럼 척척 해냈으면 좋겠고,

채원이처럼 말은 똑 부러지게 했으면 좋겠고, 

주아처럼 사교성이 있으면 좋겠고,

리더십은 지원이처럼, 

글쓰기는 유나처럼


어느새 나는 수십 명의 아이를 

그 모든 걸 잘 해내는 한 명의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수십 명 아이의 엄마들 중 누군가는 우리 아이를 부러워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내 아이만 바라봐야 한다.

옆집의 영희, 철수가 아니라 

지난달의 내 아이와 오늘의 내 아이를 비교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지난달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거고,

작년보다 읽는 책의 글밥이나 두께가 두꺼운 책을 지금 읽고 있을 것이고,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은 그래도 물에는 떠 있을 것이다.


인스타나 주변에서 보이는 아이들은 그 모든 걸 갖춘 한 명이 아니다.

각각 한두 가지의 장점을 가진 다른 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덟 살의 글쓰기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