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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컬러스 Dec 07. 2022

사고 치는 아내 vs 수습하는 남편_1

이 집이 무허가 건물이라고요?


"제가 계약할게요."

맘이 급해진 나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계약 날이 되었다.

아직 신랑에게 땅을 계약하기로 했다고 얘기도 꺼내지 못했는데 말이다.

“저기…. 사실은…..”

도저히 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에라이~모르겠다.

“오늘 계약서 쓰기로 했어”


그다음 어떻게 된 건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큰소리로 싸웠던 것 같다.

마지막은 나의 숨이 막힐 듯 갑갑했던 결혼생활과 합쳐져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항상 상대방에게 마음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울음으로 표현해 버렸다)

신랑은 밖으로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신랑이 다시 들어왔다.

뒤끝이 긴 나와 달리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건 신랑이다.


나 혼자 보고, 나 혼자 결정한 땅.

결국 신랑과 함께 계약서를 쓰러 가기로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참 간 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큰일을 신랑의 동의도 없이 어떻게 수습하려 했을까.




부동산 매매계약은 처음이라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다.


"잠깐만요, 여기 대지라고 되어있는데 주택이 아닌가요?"


"아~ 그러네요. 촌집은 그런 집 많아요"

대수롭지 않다는 공인중개사 소장님의 대답.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등기가 없으면 무허가 건물이라는 얘기인가.

그럼 주택수에 포함이 안되니 세컨하우스로 이용하려는 우리에겐 더 나은 건가?'

머릿속 생각들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다시 서류를 찬찬히 살펴본다.

건축물 대장은 있는데 등기부등본이 없다.

등록되지 않은 건물, 즉 무허가건물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건축물대장의 명의가 땅 주인과 다르다.

집주인도 처음 보는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계약하자고 만난 사람은 결국 땅 명의자 이며,

건물은 무허가 건물에 주인도 다르다.

근데 그 주인이 누구인지 찾을수도 없다.

(이 모든 사실을 매도인, 중개인 그 누구도 몰랐고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야 확인하게 되었다.)


옆에서 신랑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내 마음대로 우겨서 여기까지 온터라 신랑의 무거운 숨소리는 나를 잔뜩 주눅 들게 했다.


한숨은 현재를 인정하고 그다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신랑은 몇 가지를 더 확인한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내 명의(아니 신랑과의 공동명의)의 땅을 가지게 되었다.


그. 러. 나

설렘으로 가득 찬 나의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경고문
본 건물 지상권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 건물을 훼손 시 고발 조치합니다


와르르 쾅쾅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주변이 순간 멈추었다

아주 추운 어느 겨울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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