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계약할게요."
맘이 급해진 나는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계약 날이 되었다.
아직 신랑에게 땅을 계약하기로 했다고 얘기도 꺼내지 못했는데 말이다.
“저기…. 사실은…..”
도저히 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에라이~모르겠다.
“오늘 계약서 쓰기로 했어”
그다음 어떻게 된 건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큰소리로 싸웠던 것 같다.
마지막은 나의 숨이 막힐 듯 갑갑했던 결혼생활과 합쳐져 울음으로 터져 나왔다.
(항상 상대방에게 마음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답답함을 울음으로 표현해 버렸다)
신랑은 밖으로 나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신랑이 다시 들어왔다.
뒤끝이 긴 나와 달리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건 신랑이다.
나 혼자 보고, 나 혼자 결정한 땅.
결국 신랑과 함께 계약서를 쓰러 가기로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참 간 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큰일을 신랑의 동의도 없이 어떻게 수습하려 했을까.
부동산 매매계약은 처음이라 그냥 도장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다.
"잠깐만요, 여기 대지라고 되어있는데 주택이 아닌가요?"
"아~ 그러네요. 촌집은 그런 집 많아요"
대수롭지 않다는 공인중개사 소장님의 대답.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등기가 없으면 무허가 건물이라는 얘기인가.
그럼 주택수에 포함이 안되니 세컨하우스로 이용하려는 우리에겐 더 나은 건가?'
머릿속 생각들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다시 서류를 찬찬히 살펴본다.
건축물 대장은 있는데 등기부등본이 없다.
등록되지 않은 건물, 즉 무허가건물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건축물대장의 명의가 땅 주인과 다르다.
집주인도 처음 보는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계약하자고 만난 사람은 결국 땅 명의자 이며,
건물은 무허가 건물에 주인도 다르다.
근데 그 주인이 누구인지 찾을수도 없다.
(이 모든 사실을 매도인, 중개인 그 누구도 몰랐고 계약서를 쓰는 자리에서야 확인하게 되었다.)
옆에서 신랑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내 마음대로 우겨서 여기까지 온터라 신랑의 무거운 숨소리는 나를 잔뜩 주눅 들게 했다.
한숨은 현재를 인정하고 그다음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신랑은 몇 가지를 더 확인한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내 명의(아니 신랑과의 공동명의)의 땅을 가지게 되었다.
그. 러. 나
설렘으로 가득 찬 나의 마음은 얼마 가지 않았다.
경고문
본 건물 지상권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 건물을 훼손 시 고발 조치합니다
와르르 쾅쾅! 마른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주변이 순간 멈추었다.
아주 추운 어느 겨울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