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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컬러스 Dec 13. 2022

사고 치는 아내 vs 수습하는 남편_2

"본 건물 지상권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 건물을 훼손 시 고발 조치합니다.

친정식구들에게 바닷가 앞에 집을 샀다고 신나게 자랑을 한 터였다.

식구들을 다 이끌고 바닷가 집으로 갔다.


"저게 뭐꼬? "

식구들이 손으로 가리킨 내 집에 못 보던 비닐끈이 쳐져있다.


"경고문

본 건물 지상권은 주인이 따로 있으니 건물을 훼손 시 고발 조치합니다"라는 무시무시한 문구와 함께.


당황한 표정의 아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언니,  걱정스러운 표정의 새언니.

그 옆에 일그러진 표정의 신랑까지.


지상권 :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의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용익물권.


이 집이 건축물대장이 없는 무허가 건물이라는 걸 알았을 때보다 더 좌불안석이다.

신랑의 한숨소리, 표정을 보니 순간이동으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이 집에 지상권을 주장한다는 말인가.


나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경고문 아래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상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매도인의 아주버님이었다.

그 집의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지 못하나 집안의 재산싸움에 우리가 휘말린 것이다.

우리는 이 집을 고치지도 부숴버리지도 못하는 손도 못 대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친정식구에게 자랑하러 나선 길은 걱정스러운 눈빛만 받은 채 어색하게 헤어졌다.




무거운 공기에 숨이 막혀버릴 것 같다.


무허가 건물이 아니었다면.

그 집이 땅주인과 같은 소유주 명의였다면 지상권 주장하는 사람도 없었을 문제인데.

무허가 건물에 지상권을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타나다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나는 계속 신랑의 눈치만 살핀다.

신랑이 한숨을  한 번 내 뱉을때 마다  땅속으로 점점 박혀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중개해준 부동산은 나 몰라라 하고, 우리에게 이 집을 판 집주인도 그 사람은 지상권이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지상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 땅이 원래 부모님의 소유였으며, 자기가 어릴때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자기에게 물려주었는데 집안사정으로 명의를 넘겨주었는데 재수씨가 허락도 없이 팔았다고 한다.

자기는 그동안 수시로 이집을 드나들었고 주민등록상 주소도 여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집은 분명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였다.

수도도 전기도 모두 끊긴 상태였고, 집안은 나무덩쿨이 틈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천정은 뻥 뚫려 하늘이 보였다.

수시로 드나들며 살았다는건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


지상권을 주장하고 나선 이후로 그 사람은 주말에 나타나 마당에서 고기까지 구워먹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어릴적 살았던 동네이니 이웃들은 그 사람의 친구이며 형님, 동생들이였다.


중간에 낀 우리만 아주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변호사 상담도 하고 했지만 방법이 없다.

그 사람에게 일정 돈을 보상하고 포기시키라고 한다.

제값 다 주고 산 땅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보상하려고 하니 속이 쓰리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바닷가 앞에 집을 사게 되었다고 설레기만 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결국 헌 집을 고쳐서 쓰기로 했던 계획은 지상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문제가 되는 그 집을 철거하고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상황을 보고 대응을 하기로 했다.

그 사람에게 철거예정일자를 통보하고 헌 집을 철거하기로 했다.


철거 당일날까지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철거하는 날 그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에게 집안 사정을 하소연을 한다.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지상권이 없다는 것을.

연을 끊은 가족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런 방법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러나 집은 이미 허물어져가고 있다.


멋진 서까래가 드리워진 천정도, 비오는 날 분위기 있게 차 한잔 하고 싶었던 대청마루도, 투명천정에 커튼이 드리워진 창고에서 영화 한편 보고 싶었던 꿈도.

모두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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