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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Jul 15. 2023

몸에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너무 많은 정보들 속에서

 몸에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값비싼 영양제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줄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정성스러운 집밥 한 끼를, 그것도 아니라면 몸에 좋다는 한약재를 듬뿍 사용한 보약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몸에 좋은 음식이 제각각인 것처럼 암 환자에게 좋다는 음식과 필요하다고 하는 음식들은 가지각색이었다. 암 전문의라는 의사들은 서로 말이 다른 경우가 많았고, 직접 암을 겪은 사람들 또한 저마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암이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운이 좋게도 엄마는 대장암 분야에서 실력 있고 유명한 의사를 바로 소개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검진 후 바로 다음날부터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엄마의 담당의사가 정해졌고 본격적인 치료를 받게 되었으니, 가족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엄마의 몸이 상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맞는 몸에 좋은 음식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정보가 너무 많았다. 이 많은 정보 안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짜 정보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암 환자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가입하여 엄마와 비슷한 직장암 환자들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의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암 투병 중인 사람들의 브이로그 같은 영상들도 찾아봤다. 암 환자의 식단에 관한 책도 들여다보고 암을 이겨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찾아봤다. 다양한 정보를 찾아본 끝에 몇 가지 건강식품과 보조제를 구입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나 비싸던지, 한 달 치에 몇 십만 원은 물론이고 몇 백까지 하는 것들도 있었다. 


 한 번은 아주 큰 마음을 먹고 3병에 200만 원이나 하는 건강보조식품을 산 적이 있었다. 버섯에서 추출한 액체로 만들었다는 이 식품은 항암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관련 연구 논문들도 첨부되어 있었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구입을 하고 아침, 점심, 저녁 식후 3번씩 엄마에게 주었다. 3병이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여러 개의 후기 글에 혹하여 샀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것을 먹고 완치되었어요!’, ‘이것을 먹고 암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간증과도 같은 후기 글에 속아서 산 보조제가 어마어마했지만, 그 어떤 것도 큰 효과가 없었다. 


 환자의 간절함은 좋은 돈벌이가 된다. 몇 번의 경험이 반복되며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비싸더라도 효과가 좋다니까 일단 사보자. 비싸지만 이걸 먹으면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까? 환자의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과 보호자의 살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장사의 수단이 된다는 것에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조금 가혹하지 않은가. 아마 엄마의 마음은 더욱 복잡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치료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의사는 암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제 CT상으로는 암이 보이지 않지만, 의사는 재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항암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항암치료와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엄마는 쉬고 싶다고 했다. 그즈음 엄마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한 정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채식과 녹즙을 통한 자연치유 방법이었다. 이제 암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항암치료는 중단하고 자연치유를 통해 이겨내보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았다. 


 몇 년간 엄마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어떤 병이든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지가 꺾이는 순간 몸의 상태도 급격하게 나빠진다. 이미 항암치료에 대한 엄마의 의지는 꺾인 상태였다. 가족들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가족이 모두 모여 몇 번의 이야기를 나눈 끝에 엄마는 자연치유를 위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엄마가 입원을 한 뒤의 생활은 편했다. 하루에 한두 번 전화로 엄마의 안부를 묻고 달에 한두 번 엄마를 만나러 가거나 엄마가 필요하다고 하는 물건을 가져다주면 그만이었으니. 편하게 친구도 만나러 다녔다. 그리고 몇 달 뒤 이 편안함은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나에게 돌아왔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응급실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이유는 신장 기능의 악화였다. 투석 이야기까지 오고 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악재는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신장을 검사하다가 척추 뼈에 자리 잡은 종양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뼈에 전이가 된 암세포였다. 


 병원에서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자연치유의 극단적인 채식과 녹즙 섭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섣부른 선택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인데. 엄마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나와 아빠 역시 엄마를 말리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으니까. 응급실에 힘없이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지금까지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병을 이겨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는 점과 그것의 기본은 내 몸에 영양분이 되는 음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다음 날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극단적으로 한 가지를 집중해서 먹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골고루 먹는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되도록 조리과정을 간편하게 찌거나 삶아 먹으려고 노력하면서도 가끔은 엄마가 먹고 싶다고 하면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하기도 했다. 시간에 맞춰 식사를 챙겨주니 엄마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응급실에 있을 때 40kg가 채 되지 않았던 엄마의 몸무게는 이제 7kg 정도 늘었다. 표정도 안색도 많이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나의 음식을 먹으며 엄마가 다시 의지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요리를 시작하면서 나의 의문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몸에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몸에 좋은 요리를 위해 유기농 채소와 무항생제 계란, 무항생제 고기를 사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이 몸에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이렇다 할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SNS에서 한 광고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식문화 커뮤니티 매니저 양성 과정 모집 중’ 


 ‘커뮤니티 매니저’ 보다 ‘지속가능한 식문화’라는 주제에 끌렸다. 지속가능한 식문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의문과 엄마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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