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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snow Mar 03. 2023

마흔, 세상에 한번 휘둘려 볼 만한 나이

꿈을 꾸어라




"어이,  어이"

요즘 저녁마다 듣고 있는 코치님의 힘찬 기합소리이다.

나이 마흔 넘어 듣는 이 소리가 요즘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9년 차,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먹어도 살안 찌는 체질이라 믿으며 살았던 시절이  무색하게 이제는 먹은 것 이상으로 부풀어 오르는 뱃살을 보며 더 이상은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강한 의무감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점핑 다이어트.

퇴근 후 정신없이 아이들 저녁을 챙겨고 나서 한바탕 뛸 채비를

처음에는 몹쓸 다리통이 그대로 드러나서 차마 못 입을 것 같 쫄쫄이 스포츠웨어를 당당히 끌어올리고 신바람 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트램펄린 위에서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팔딱팔딱 뛰고 있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면 그 모습만으로도 통쾌하고 시원하다.  동네에서 하는 작은 센터이니 트램펄린 예닐곱 개 들어가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신나는 음악이 심장을 두드리듯 울려 퍼지고 천장에는 번쩍번쩍 미러볼이 돌아가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참 살만하구나 싶은 그럴싸한 단순함이 올라온다. 코치를 따라 정신없이 뛰다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어느 요지경 속인가 싶다

현실은 다른 사람 두 번 뛰어오를 때 한번 뛰는 것도 힘들어서 번번이 박자를 놓치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슬쩍슬쩍 쉬고는 있지만 이렇게 나를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을 즐기고 있는 이 순간이 낯설면서도 참 좋다




골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흔쾌히 허락받아 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작은 세상 안에 있모든 것 이미 다 정해져 있고 생각했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한없이 가벼워도 되는 학창 시절, 나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볼품없는 잎사귀 하나에 불과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에게 '노력'이라는 것이 허락된 것인지 조차도 모른 채 꽃 같은 고운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있었다. 

다 커버린 어른이 되어서야 그 모습만으로도 빛이 날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나는 매일 고등학교 앞을 지난다. 학교에서 나오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다. 이제는 과거를 돌아보며 내 모습에 씁쓸해하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고운 것들에  더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여유도 생긴 듯하다. 세상을 향해 피어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그리고 혼잣말로 뱉어본다

"꿈을 꾸어라 얘들아, 너희들이 꿈꾸고 노력하는 만큼 너희들의 세상은   힘찬 빛으로 어날 거야"




세상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나이라는 불혹에 들어섰지만 나는 이제야 비로소 세상의 재미난 유혹들에 흔들려보려 한다.

'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구나'

 '이런 순간을 느끼고 싶었던 거구나' 나에 대한 삶의 가닥찾아가 보려 한다. 

신이 난다. 이렇게 트램펄린 위에서 뛰고 있는 이 순간,  제대로 서있도 못할 만큼 두 다리가 휘청거리고 있지만, 작지 않은 키로 어설프게 뛰고 있는 내 모양새 어이없어 웃음도 나지만, 그래도 이렇게 뛰고 있는 이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나는 행복하다.

스스로를 위한 노력과 선택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로서의 나'를 단단하게 채워줄 수 있음을 열심히 배워가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트램펄린 위에서 땀에 절여진 곱슬머리를 흩날리며 여유로움을 부려본다.




"아가, 꿈을 꾸어라, 꿈을 꾸어도 괜찮아  네가 그려나갈 너만의 세상은 반드시 있어.  네가 그 세상에 닿길 간절히 바라.

그러니 꿈을 꾸어라"


지금이라도 이 말을 내게 해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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