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조개는
유생(幼生)시절 부유하다
정착하여 단단한 껍질로 자신을 가둔다
바닷속 다른 생물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뽐내며
시장 어물전에 잡혀온 것들조차
한 치 양보 없이 제 자리를 지킨다.
바다가 그리워지면 치열을 세듯
혀를 내밀어 껍질 밖을 어루만지다
냄비 속에서 펄펄 끓고 나서야 속을 보여주니 말이다
뽀얀 국물 우러난 결기가 익어서도 조개인데
혹여, 나는 내 안에
나를 너무 일찍 가둔 것은 아닌지
오늘이 파리해지는 까닭은 뭘까,
물이 든다
조개가 움직이는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