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붕어가 죽어서 변기에 넣었습니다
관상어를 키우는 건 처음이어서 달리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고 레버를 눌러도
변기는 붕어를 삼키지 않았습니다
머리카락이나 고양이 털뭉치를 던져 넣어도 잘 삼켰었는데요
먹다 남긴 라면도 레버를 두 번만 누르면 그저 그만이었고요
토사물을 들이부어도 것도 모자라
애먼 욕설을 쏟아 부어도 시원하게 삼켜주었거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붕어 한 마리만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물 내리기를 멈췄을 때,
붕어가 느리게 떠올랐습니다
붕어의 눈이 도화지처럼 하얗게 되어있었습니다
그 작은 도화지 위로 그림 같은 것들이 그려집니다
시간인지 장소인지 모를 그림들이 그려지고 지워지고
마지막에 나타난 건
내 얼굴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그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맨손으로 붕어를 건져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