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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Sep 19. 2024

물고기자리

Poem

물고기자리       


김조민


        

붕어가 죽어서 변기에 넣었습니다 

관상어를 키우는 건 처음이어서 달리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몇 번이고 레버를 눌러도 

변기는 붕어를 삼키지 않았습니다

머리카락이나 고양이 털뭉치를 던져 넣어도 잘 삼켰었는데요 

먹다 남긴 라면도 레버를 두 번만 누르면 그저 그만이었고요

토사물을 들이부어도 것도 모자라 

애먼 욕설을 쏟아 부어도 시원하게 삼켜주었거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붕어 한 마리만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물 내리기를 멈췄을 때,

붕어가 느리게 떠올랐습니다

붕어의 눈이 도화지처럼 하얗게 되어있었습니다

그 작은 도화지 위로 그림 같은 것들이 그려집니다

시간인지 장소인지 모를 그림들이 그려지고 지워지고

마지막에 나타난 건 

내 얼굴 같은 그림이었습니다     


그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맨손으로 붕어를 건져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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