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김조민
석쇠에 구운 고기를 메밀 면에 얹어 싸 먹는다
순도가 낮은 메밀이라 질긴
면을 물고 연신 가위질을 했다
고기는 돼지 어디쯤의 살점인지 알 수가 없다
국물은 별 맛이랄 게 없어 양념장을 잔뜩 넣었다
벌건 육수에 혀가 아리다
입 안으로 또 한 쌈 밀어 넣으려는데
혓바닥이 먼저 나와 받아든다
면과 고기 중 어느 것이 더 질길 것인가
씹으며
마지막까지 입 안에 남은 건 혀였다
어떤 말들은 내용과 글자가 달랐다
내용은 아주 조금이거나 글자뿐이어서
잘라내기와 붙여넣기를 했다
사실 별 말이 아니어서 수식만 잔뜩 부려 놨다
혀는 항상 입보다 먼저 말을 받아 들여
뱉어낼 기회가 있었지만
싸구려 말이라고 해서 입 안으로 가져가길 꺼린 적은 없었다
그 질긴 이야기들을 자꾸만 입 안으로 받아 넣으며
육쌈냉면이라는 글자가 참 마음에 들었다
오천오백원만큼 나와 참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