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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늦은 오늘의 새벽에 앉아

poem

by 김조민

어제보다 늦은 오늘의 새벽에 앉아


김조민


자다 깨서 핸드폰을 확인해요

온기도 없는 순간의 빛

덮는 어둠을 기다립니다

그 속을 응시하다 보면 끝에

모서리, 옆으로 벽, 아래로 문틀, 주위로 틈새…

새벽이 들어서는 것을 봅니다


오늘의 새벽은 어제보다 늦었고

내일은 오늘보다 늦을 거에요


하나의 노래가 다 끝나기도 전에 꽃은

피었다가 지고 사람은

어딘가로 다시 사라지고 꿈은

희미해지고 바닥은

더욱 밑으로 꺼지고 사방에서

여러 생이 한꺼번에 몰려들고 잃어버렸던 이름조차

잊힐 때 오로지 하나

하나만 남아요


아무리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어도 사라지지 않는 불멸


아직 나는 살아 있어

오직 새벽에만 돋아나는 그 뜨거운 부끄러움


해가 뜨거나 달이 뜨거나 해가 지고 달이 지고 상관없이

매일 찾아와 나를 두드리는 새벽에 앉아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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