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Erika May 22. 2024

캐나다 회사의 휴가 문화

캐나다는 진짜 눈치 안 보고 몇 주씩이나 휴가를 가나요?


캐나다에서 고용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법정 휴가 기준은 한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면 '월차'라는 것이 쌓이듯 캐나다에서도 한 달 일하면 하루 휴일이 생기는 식의 비슷한 계산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만 놓고 보면, 흔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대게 서로 비슷한 결을 가진다. 차이점은 문자로 된 '법'이 아니라, 언제나 사회 안의 인식, 문화에서 온다. 물론 인식을 바꾸고 문화가 바뀌려면 가장 먼저 법이 바뀌어야 하지만. 


캐나다의 National Holiday는 캐나다 전체에 적용되지만 Provincial Holiday는 주마다 다르다. 이 날을 유급 공휴일로 칠 건지 말 건지는 기업 마음이다. 예를 들어 온타리오 주의 Civic Holiday는 식당 같은 서비스업을 제외하면 기업들은 다 같이 쉬기 때문에 국가 공휴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Provincial Holiday 다. (현지인들도 잘 모른다) 그리고 몇 작은 한국 회사들(한국인들만 고용하는)은 귀신같이 이를 빌미로 직원들을 출근시키거나 급여에서 이 날 일당을 빼버리는 참으로 한국인다운(...) 행태를 보인다. 

 

캐나다의 법정 휴가 제도는 다른 곳에서도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굳이 이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간단히 말하면 보통 나 같은 풀타임 직장인(주 35시간 이상)이라면 1년에 국가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소 10일의 휴가를 가져야 하고, 한 회사에서 5년 이상 일했을 경우는 최소 15일이 보장된다. 이는 법적으로 정한 미니멈, 최소한의 기준이고 실제로는 각자 계약한 내용에 따라 그 이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나역시 이직 처음부터 기본 15일 휴가를 받는 것으로 계약했다. 


이외에도 회사마다 Sick day, Personal time off, Floating holiday 등과 같은 추가적인 휴가들이 더 주어지는데, 지인들과 이야기해 보니 회사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Sick day는 최대 6일, Personal Time off는 3일이 주어진다. (우리 회사는 올해부터 Floating Holiday가 Personal time off로 명칭만 바뀌었다) 무제한 Sick day를 허용하는 회사들도 있고, 심지어 Sick day가 다음 해로 Carried over, 즉 이월되는 놀라운(...) 회사도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사회복지 쪽이라 그쪽이 좀 특이한 경우이고 보통 이런 회사 자체의 보너스 휴일은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휴가를 쓰는 자유로울까? 매우 그렇다. 캐나다 회사에선 휴가를 신청하는 데에 정말 누구도 눈치를 보지 않으며, 같은 같은 포지션의 직원이 휴가를 먼저 신청하지 않은 이상 신청이 반려되거나 거절되는 경우는 없다. 일반 휴가 사용에 대한 사유는 당연히 말할 필요가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구구절절 휴가 사유를 말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불편해하고 어색해할 가능성이 크다. 휴가 신청은 이메일로, 간단하게 시작과 날짜만 밝히면 된다. 물론 일주일이 넘는 휴가라면 최소 2주-4주 전에 신청하고 이메일로, 즉 in writing (기록을 위해)으로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역시 너무나도 일상적인데, 팀원이 출산/육아휴직을 떠났다고 해서 남은 팀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다. 회사에서 미리 직원을 충원해 기존 직원들에게 불편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임신을 한 사람도 나 때문에 누군가가 혹 피해를 받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고 최대 약 1년간 자리를 비울 수 있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와 연락 중에 언제 한 번 토론토로 놀러 오라고 했더니 대부분 한국 회사는 연달아 휴가를 낼 수 있는 건 3일, 많아야 일주일 정도라 현실적으로 먼 해외는 가기 힘들다고 했다. 캐나다에선 몇 주를 휴가로 자리를 비우는 일도 흔하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일처리가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에 이런 자유로운 휴가 문화도 한몫할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도 유럽에 비해서는 여전히 일을 너무 많이 한다며 끊임없이 더 적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휴가를 주장하고 있으니,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휴가'의 기준은 과연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사실 일주일 35시간 일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비하면 엄청 적게 일하는 것인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로펌의 연말은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