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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15. 2023

 '무조건 고' 도전하는 삶

이벤트 응모하기를 좋아합니다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이벤트를 좋아한다. 그 도전은 내가 해보고 싶었던 분야일 때도 있고 때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냥'도 있다. 어떤 때에는 잿밥에 관심이 많아 이벤트에 응모하기도 한다. 당첨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안 해봤을 때 느끼는 '아쉬움'은 없으니까.


 이벤트 응모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학원에서 가족의 달이라 퀴즈를 풀고 상품을 주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선물을 받았다. '곰돌이모양 컵세트와 과일이 그려져 있는 쟁반세트.' 생에 첫 이벤트 선물이었다. 어찌나 좋았던지. '퀴즈를 풀었는데 이렇게 선물을 준다고? 그것도 귀여운 살림살이를?' 아주 오래전이지만 선물과 그때 상황, 감정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만큼 특별했고 행복했다.




그때부터였다. 이벤트의 맛을 알았다. 본격적으로 이벤트 응모 활동을 활발히 한 건 대학생 때부터다. 라디오 듣기를 좋아했는데, 소소한 일상과 축하받을 일 등을 써서 사연신청을 했다. 어떤 사연이 당첨되느냐. 당연히 이색적이고 특이한 내용이 좋다.

 당첨된 내용은 오빠의 생일축하에 관한 얘기였다. 단순히 생일 축하 아니고, 오빠와 나의 일화였다. 오빠와 나는 6살 차이가 난다. 부모님은 둘째 계획이 없으셨는데 오빠 덕분에 내가 태어났다. 오빠가 5살 때, 친구가 동생이랑 합세해서 "너는 동생 없지? 나는 있다~" 하며 유치하게 놀렸단다. 그래서 울면서 집에 와서 엄마한테 한 말. "엄마~ 나도 동생 갖고 싶어. 시장 가서 동생 사줘. " 이후 내가 태어났다. 아빠는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하셨다.(그 당시엔 오빠가 그 말을 믿었었겠지?) 아빠는 술만 드시면 지금까지도 얘기하신다. "오빠 없었음 태어나지도 못했지. 오빠한테 잘해~!"


이 내용으로 사연에 당첨되었다. 아이만의 순수함이 담기고 소소하지만 웃음 짓게 하는 게 좋다. 이걸로 마스크팩가루를 선물 받았다. 그러면서 라디오 애청자가 되었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끝날 무렵에 '문화이벤트'를 소개한다. 여기에 주목했다. 뮤지컬이나 연극, 전시회 등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문화생활은 많이 하고 싶지만 용돈 부족한 대학생에게 딱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신청했다. 신청하면 바로바로 당첨되느냐. 그건 또 아니다. 무수히 많이 실패한다. 그래도 상관없지 않은가. 어차피 응모 횟수는 자유니까. 성공하면 완전 땡큐지만 실패하더라도 내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운'의 범주안에 있으니까. 그런데 응모하면 할수록 그 '운'의 범주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진부하지만 '많이 응모하기'다. 바로, 인기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섭렵하는 거다. 라디오 게시판에 가면 시간별 프로그램이 있어 다 들어가 볼 수가 있다. 그래서 평소에 즐겨 듣던 프로그램 아니어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는 문화 이벤트까지 응모했다. 라디오 중에는 청취율이 조금 저조한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그런 프로가 이벤트 당첨의 확률이 높다. 너무 비싸고 인기 있는 뮤지컬에 응모하기보다,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비인기 연극이나 뮤지컬을 공략했다. 물론 유명한 공연을 보면 좋겠지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하는 게 유명한 공연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실제 무대 바로 앞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하고 관객과 호흡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사실 어떤 공연도 상관없었다.


문화 공연 입장에서도 그런 이벤트로 라디오에서 홍보역할을 할 수 있어 '공연 이벤트'는 거의 매주 있다. 비슷비슷한 사연 중 돋보이기 위해서는 '누구 생일이에요. 꼭 보고 싶어요.' 정도로는 택도 없다. 남들이 안 하는 특별한 얘기를 써야 한다.


외국인 친구 얘기를 주로 썼다. 대학생 때 펜팔을 좋아했다. 영어도 잘 못하지만 펜팔사이트를 통해 호주에 사는 말레이시아 친구랑 연락을 주고받았다. 메일로 주고받기도 하고 실제 편지도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게 1~2년 소통하던 친구가 한국에 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 각종 공연을 신청했다. 외국인이기에 주로 말하지 않고 몸으로만 표현하는 발레나, 연극제 등을 신청했다. 이렇듯 다른 사람과는 차별화되는 이유가 있어야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 TV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 윤도현의 러브레터, EBS 공감 등)을 공략했다.




이벤트 응모는 라디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7년 전에 안구건조증으로 안과에 갔는데, 라섹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라섹이 필요한 이유를 써서 내면 라섹비용을 지원하는 이벤트였다. 안경 쓰기 너무 싫고 렌즈 끼기 불편해하던 찰나에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써 내려갔다. 다행히 많이 안 써도 되었지만 구구절절이 라섹이 필요한 이유를 썼다. 여기서 포인트는 '구구절절이.'가 중요하다. 대부분 평범하게 필요하다고 할 테니, 몇 배는 더 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때 1등은 150만 원 지원 2등은 100만 원 지원이었는데, 1등에 당첨되어 150만 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차액만 결제해서 폐인프리라섹 수술을 받았다.


해보고 싶은 이벤트 응모는 뭐든지 도전한다. 23살 때인가. 한 번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플랜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1회 전국 그네 뛰기 대회" 00 역사박물관


처음에는 그냥 흘겨봤다. 그런데 버스를 지나칠 때마다 그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 마음이 기울었다. 이벤트 응모는 아니지만 이것도 이벤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신청을 했다. 신청하고 나니, 결승날까지 그네를 잘 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그네 타기를 연습했다. 밧줄에 매달리고 나무토막 의자에 서서 힘차게 아주 열심히 연습했다. 경기 당일. 한복을 입으면 가산점이 붙는다는 말에 당장 장롱을 열어 엄마 한복을 꺼내 들었다. 위아래 핑크색 한복을 곱게 입고 그네 뛰기 대회에 갔다.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예선에서 2위에 올라갔다. 드디어 결승전. 후보자 10명이서 그네 뛰기 실력을 뽐냈다. 그때는 내 실력이 충분하지 못했고 더 베테랑 포스의 아주머니들이 계셨다. 결국 9위에 머물러 참가상으로 부채를 받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벤트 본능이 요즘 끓어오르고 있다. 각종 이벤트들이 눈에 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벤트를 신청했을 때 당첨자 발표일까지 괜히 설레는 감정이 좋다. 혹시 될지도 몰라. 안 돼도 뭐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벤트 당첨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

무조건 많이 해보는 거다.

실패하면 어때, 어차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벤트였을 뿐인데.라고 생각하면서

당첨일까지 괜히 설레는 이 기분을 느껴보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이벤트에 응모한다.




마음의 역할은 욕망에 충실하는 것이다. 마음은 주인인 열정에 헌신해야 한다.


레베카 웨스트




이벤트 응모 많이 해보세요^^

이벤트 홍보대사 다몽 박작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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