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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10. 2023

엄마도 책상이 필요해

환골탈태 놀이방 대청소

 좋은 루틴을 만들고 싶다. 꾸준한 독서, 글쓰기, 감사일기. 이 3가지는 살면서 평생 우선순위에 두고 싶다. 그동안 식탁이 나의 공간이었다. 책상이 없으니 식탁이 엄마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책도 읽고 강의 준비도 하고 글쓰기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식탁은 번거롭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치워야 하고 다시 하려면 또 치우고 세팅해야 하니. 아직 학교 가기 전인 둘째 책상을 이용하기도 했다. 잘 사용하다 둘째가 쓰기 시작하면서 바로 비켜주게 되었다.


 루틴은 반복이 중요한데, 반복하기 힘든 환경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내 책상을 만들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곳에 가기만 하면 자연스레 하던 일을 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했다. 안방에 붙박이 책상이 있는데 그곳은 무용지물이었다. 공간도 너무 좁고 항상 남편이 이것저것 물건을 어질러 놓아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침대 옆이니, 새벽시간에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결혼한 지 10년 차인데, 우리 집에 나만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게 속상했다. 그래서 '매의 눈'으로 집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상을 사기엔 가격이 사악하고 있는 가구를 활용하고 싶었다. 어디를 할까 고민하다 놀이방으로 쓰이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전에 살던 집주인이 인테리어를 하여 만들어 놓은 특별한 공간이다. 인테리어를 나무로 해서 눈에 띄는데, 현재는 아이들 놀이방으로 쓰고 있다. 그런데 관리가 안되니 잡동사니 공간이 되었고 각종 장난감들이 쌓여 '죽어있는 공간'이 되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이 공간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놀이방을 없애기 미안해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봤더니, 의외로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내 공간 만들기를 시작했다.



정리는 아주 오래 걸린다. 쓰레기 봉지를 무작정 들고 온다. 일단 필요 없는 걸 버리기 시작한다. 버리면서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자질구레한 장난감들을 분류한다. 그렇게 쓰레기봉투 한가득 2 봉지가 나오고 재활용으로 버릴 것도 많이 나온다. 이제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자석장난감 등은 당근에 올리려고 옆으로 빼놓는다. 처리 곤란 인형들은 함께 모아놓는다. 옛날에는 장난감 버리면 난리 났던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얘기한다. "이건 비울 거야. 이건 아기 줘야겠다." 하고. 그렇게 무한반복 정리하며 지칠 때쯤엔 하나만 생각한다.


"내 책상, 내 공간."




그렇게 4시간을 쉼 없이 정리한 끝에 공간이 나온다.


많이 비워냈는데도 책상 위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옆에 치우지 않은 공간들이 눈에 거슬린다. 책상에 앉았을 때 집중할 수 있게 위치를 바꾸고 싶었다. 어떻게 책상 배치를 할까 고민한 끝에 자리를 만들었다.



 차가운 마룻바닥에 따뜻한 카펫을 깔고 깔끔하게 테이블보를 깔고 나니, 더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직접 만든 라탄공예로 한껏 멋을 부리고 이은경선생님의 사인을 액자에 걸어 꾸며 놓았다. 이제, 이 공간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4시간 이상 걸렸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몸은 힘든데 마음은 개운하고 상쾌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를 위해 치웠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하루 동안 시간을 내 의지와 계획대로 활용했다는 것도 좋았다.


나만의 소중한 공간이 만들어지니, 마음이 청량해진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는 톡 쏘는 사이다처럼.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나만의 우주가 생겼다.



p.s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나만의 책상을 만들어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내가 치우고 나에게 주는 '나만의 공간'이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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