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3살 될 무렵부터 운전했는데 아들이 8살이 되었으니 운전 5년째다. 운전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과 마주한다. 바퀴가 터진다거나 차가 긁힌다거나.
그동안 자잘한 이벤트가 있었다. 지하주차장 안에서 혼자 벽이나 기둥을 박기도 하고 바퀴 휠도 긁었다. 도로에서는 유턴하다 보도블록을 조금 박았다.(양심껏 조금 아니고 많이) 주차했던 차를 빼는데 얇은 표지판을 보지 못해 사이드미러가 접히면서 모퉁이가 깨지기도 했다. 또 타이어에 못이 박혔는데 모르고 달리다가 바퀴가 터진 적도 있다. 이때 속도를 안 냈고 바로 멈춰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다 모아 얘기하니 무지하게 많네; 그만큼 운전을 많이 하기도 한 거로^^) 이런 일을 겪고는 늘 생각한다.
'운전 조심 또 조심해야지!'
가게에 쓰레기봉투가 필요하다고 해서 마트에서 사고
나오는 길이었다. 우회전해야 해서 미리부터 깜빡이를 켰다. 우회전해서 천천히 가는데 엄청나게 큰 굉음이 나면서 차 안에 큰 충격이 있었다.
"쾅~~~~"
큰 소리와 함께 뭐가 뒤에서 앞으로 튀어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머리에 있던 집게 핀이 부러져서 날아온 거였다)
'차 안에 폭탄이?' '뭐가 터진 거지?'
너무 당황했는데 멈추면 뒤에 있는 차가 박을까 봐 천천히 갔다.
정신없는 와중에 자동차가 폭발하는 사건들을 떠올려 본다. 햇빛 쨍한 날 자동차 내부가 폭발하는 사고? 그러기엔 날씨가 아주 선선한 가을인데? 전기차가 아니니 전기차 화재폭발사고 일리 없고. 뭐지? 차 안에 폭발할만한 물건이 있나? 트렁크에 뭐가 있더라?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가득할 즈음. 이대로 가는 건 무리겠다 싶었다. 차를 멈추고 쌍깜빡이를 틀었다.
째깍째깍 쌍깜빡이 소리를 들으며 사이드미러로 뒤를 봤다. 나처럼 쌍깜빡이를 켜고 있는 차가 하나 더 있다. 그제야 상황파악 완료.
'저 차가 내 차를 박아서 그런 충격이 있었던 거구나?'
너무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목에도 허리에도 충격과 통증이 있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곧장 남편에게 전화해서 sos를 요청했다. 뒤에 차는 에어백도 터져 있다. 운전자가 내리더니 뒷좌석에 3명의 아이들을 차에서 내렸다.
남편이 와서 블랙박스 영상을 보더니 격앙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미친 거 아니야? 방지턱도 있는데 이렇게 빨리 달려온다고? "
운전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더 황당한 건 본인 차도 아니고 시승차라는 거였다. 시승해 보는 차는 운전도 서툴 수 있는데 그렇게 과속으로 달리다니. 마트에서 나오는 차 있을 수도 있으니 확인하라고 방지턱도 높게 있었는데 무시하고 8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것도 아이들 3명 태우고;;
이래서 운전은 나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하나보다. 열심히 치료받고 몸도 마음도 회복해야지. 사고도 안나 봐 처음 겪는 일이니 터무니없는 생각이 든다. '뒤에서 차가 박을 때는 폭발물이 터지는 굉장한 소리가 나는구나.' 그걸 이제야 알게 된다. 겪어봐야 알 수 있는 말로는 표현 못할 그런 소리.
뜬금없지만 사고 났을 때 '이거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싶은 게 있다. 바로 목쿠션! 키티얼굴모양 목쿠션을 하고 있었는데 그 쿠션 덕분에 목에 충격을 덜 받은 거 같다. 평소에는 쿠션이 있어 머리 묶었을 때 불편하고 기능을 못 느꼈는데. 차 사고가 나니 대단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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