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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몽 박작까 Dec 29. 2024

결혼한 지 11년 이 지나 알게 된 것



남편 : "아~ 배고파. 뭐 먹을까?"

나 : "글쎄? 뭐 먹고 싶어?"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런 대화가 오가고는 남편이 메뉴를 골랐다. 나는 그 메뉴가 그렇게 끌리지 않았음에도 그냥 먹었다. 딱히 생각나는 메뉴가 없었으므로. 상대방에게 의견을 되묻고 그 의견에 따라가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뭐든 괜찮아.'라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그런 기준을 터무니없이 내세워 고집스러워 보였다. 배려가 없거나 이해심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다. 반면 나는 그런 아내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주장하면 맨날 부부싸움이 일어났겠지? 하고. 그런데 내 주장을 펼치지 않는 게 진짜 배려고 이해심일까?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부싸움을 안 좋게 생각했다. 서로 이해하고 타협하면 되는데 왜 부딪힐까 싶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이전까지 싸울 일이 없었다. 내가 대부분 맞춰줬으므로. (물론 남편이 맞춰준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맞춰줬다기 보단 내 주장을 펼치는 일이 잘 없었다. 우유부단하고 선택장애라 생각하고 음식메뉴 고르기조차 안 했다. 어쩌다 골랐는데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아~ 남편이랑 똑같은 거 시킬걸.' 싶었다. 맨날 내가 시켜놓은 건 안 먹고 남편이 시켜놓은 음식이나 음료에 먼저 입을 댔다. 내가 시킨 걸 후회하면서.


 상대방에 맞춰주는 착한 아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맞춰준 건 착하고 배려심과 이해심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허허 호호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기호'가 없었다. 때로는 마음속에 부글부글 끓는 문제도 마찰이 두려워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부분도 잘 알기에 상대방에게 더 요구하지 않았다.


 결혼한 지 11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새삼 놀랍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요즘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혼부부가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박 터지게 싸우듯. 내 주장이 생기게 되었고 때로는 주장을 굽히기 싫다. 원래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남편과 마찰을 피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런 내가 왜 싫지 않지? 남편은 11년 동안 본 나의 모습과 달라 당황스럽고 어색하겠지만.


 남편이 얘기한다.

남편 : "독재자야. "


 의견을 잘 내지 않던 사람이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니. 남편이 극단적인 단어를 꺼냈다. 그런 얘기를 하거나 말거나. "뭐 먹을까?"라는 말에 이전처럼 "난 아무거나. 뭐 먹고 싶은 거 있어?"가 아니라. 내가 뭐 먹고 싶은 게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얘기하는 거. 이게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나에게는 소중하다.


내가 나라는 사람의 기호와 의견을 존중해 주는 거기 때문에.






 갑자기 변한 건 아니었다. 안개비에도 땅이 젖어들 듯. 그렇게 천천히 변해갔다. '글쓰기'를 통해서. 글쓰기라는 게 그렇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쓰는 일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글을 쓰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할 때 좋은지. 어떤 걸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지. 어떤 걸 싫어하는지. 어떤 게 불편한지. 앞으로 나는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등등. 글을 쓰며 '나'에 대해 알고 나니 적어도 나의 기준에서의 사리분별이 생긴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작은 일상의 선택부터 중요한 인생의 결정까지.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매번 선택한 것에 성공하고 실패를 피할 수는 없지만. 또 성공만 좋고 실패는 안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뚜렷한 기준과 판단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혜안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한 글쓰기로 나만의 안목과 식견을 가져야겠다. 지금은 과도기 같다. 내 생각과 의견이 생기는 시기. 그래서 남편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이견을 내지 않는 착한 아내 말고 이견을 내도 서로 타협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현명한 아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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