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관련해서 활동하면서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혼자 고민하면서 든 다른 사람의 피드백으로든.
내가 받은 피드백들 중에서 스스로도 문제라고 느끼지만, 해결하지 못한 것이 바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되돌아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점차 다른 이의 지지 없이 확신을 가지지 못하게 된 게
실패는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특히 누군가를 이끄는 입장에서 실패는 나에 대해 의심을 하게 만든다.
창업동아리를 하며 정말 진심으로 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찾고, 반응을 확인하고, 시장을 찾을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이렇게 하면 될 거야'라고 머리에 있던 것들을 실제로 시도하는 과정은 너무나 즐거웠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주어진 자원과 시간이 한정되어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은 어스름처럼 다가왔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감은 커져만 갔다.
특히, 프로젝트의 이끄는 입장에서 나의 성과나 잘못이 팀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나를 더 조여왔다.
그러자 목표와 진행도가 차이 나기 시작하면, 도전의 즐거움은 스트레스로 변했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실패로 이어질 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자신감과 도전의식은 사라져 갔고, 그 실패의 원인을 점차 방법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에 대한 의심은 깊어져갔다.
대학생 창업이 정말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학벌이 좋거나, 집안이 여유가 있거나, 정말 뛰어난 사람이어야 성공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포기하기 위한 핑계를 찾아 나섰던 것 같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는 스타일리스트와 일반인을 매칭시켜 주는 퍼스널 스타일링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당시에 수요측정 이후 공급자풀를 확보해야 하는 스프린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타일리스트를 확보하기 위해 영업을 해야 했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콜드메일, 콜드콜, SNS, 주변 지인들에게 수소문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결과는 예상하다시피 실패로 끝났다.
이 스프린트가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내가 영업을 진짜 못했다는 것이었다. 응답자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일리스트의 조건과는 거리가 있었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내가 한 말과 작성한 글들이 타겟한 고객들을 설득한다기보다는 도움을 구하는 것에 가까웠던 거 같다. 그렇기에 타겟한 고객들 입장에서도 매력이 떨어지고, 신뢰가 떨어지는 상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었다. 왜 자신 있게 내 상품이 당신한테 도움이 되고, 당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이 스프린트의 실패가 결정적으로 나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고, 더 이상 내가 팀을 이끄는 것은 팀에게나 나에게나 좋지 않고 생각하게 되었다. 프로젝트에 대해서나 스스로에 대해서나 확신을 잃은 것이다. 팀을 핑계로 도망친거라고 볼 수도 있다. 포기하기 전까지 실험이 있는 거지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위에서 실패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포기해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한동안,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다음번에는 어떻게 이를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멘토분들과 창업하신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진행하면서 스스로 납득할 답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결론은 '확신은 중요하지 않다'였다.
그전까지 나는 아이템에 대한 확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남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가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용했던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의 지지를 받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각과 의견에 점점 자신이 없고 타인에게 의존적으로 변했다.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 권위가 있는 사람, 경험이 있는 사람 등 그들에게 인정받거나 그러지 못하면 '내가 틀렸을 거야'라며 쉽게 내 의견을 접었다. 내 힘으로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다른 소스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한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거나,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본 TV드라마에서 나의 관점을 바꾸게 되었다.
결국 나의 답은 나의 첫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 창업을 하는가.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몰입'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은 확신보다는 각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 목적이 결과에 있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이 팀원들의 동기부여이고, 그 동기부여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 나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필요 없다. 그저 팀원들에게 그것들을 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그 각오가 부족하기에 창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글을 쓰는 걸 보면 그 각오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나와 달리 창업을 시작한 목적에 따라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만약 나도 가정이 있거나 잃을 것이 좀 더 많았다면, 나의 목적도 변했을 것이고 확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