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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굵고크면볼드인가 Feb 05. 2023

나 홀로 브랜드 디자이너

2023년 1월 30일 ~ 2023년 2월 3일

내 마음속 응어리를 털고자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였다. 뭔가 다른 곳에 글을 쓰면 어떻게든 그 응어리님이 글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일기장에 쓰기에는 소문을 내고 싶었다. 내 마음속 응어리님는 나름 큰 응어리였지만 자잘한 여러 응어리가 아닌 거대한 한 개였기 때문에 퇴사와 글을 쓰면서 털어내니 딱히 더 이상 소문낼 응어리가 없네? 그래서 브런치를 방치하였더니 왜 자꾸 알람 뜸...? 왜 자꾸 글 쓰라고 독촉함? 신경이 점점 쓰여 뭐라도 써볼까 하다가 정신없이 이직 후 입사 3달 차가 되어가는 것을 매주 기록하면 뭔가 남는 게 있을까 하여 주기를 써볼까 한다. 이번 주만 쓰고 끝일지, 빡치는 일이 있을 때 또 한 번 쓸지, 성과가 있을 때만 기뻐서 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목표는 매주 한 일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럼, 성과 평가 때 적어도 뭐 하고 지냈는지 다시 복기하지 않아도 될 테지.


2023년 1월 30일 ~ 2023년 2월 3일

일단 이번 주에는 빡치는 일도 성과도 없었고 특별히 기록할 만한 일도 없었다. 굳이 하나 뽑자면 PO가 도메인 1인 과외해 준 거. 바쁠 텐데 정말로 감사했다.


이번 주 할 일 목록

이번 주에 회사에서 내 손에 들려준 일은 서비스 소개서 디자인, PO가 정리한 신규 프로덕트 소개 문구를 웹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워싱하는 일, 신규 프로덕트 소개 웹사이트에 들어갈 그래픽 소스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회사 소개 3단 리플렛, 그리고 매월 1일에 정기적으로 한 달간 쌓인 명함을 발주하는 일, 크게 보면 총 5개였다. 아. 하나 더 있다. 신규 프로덕트 로고.


나는 원래 한 가지 일을 하루 종일 하는 성격이 못되어 주초에 서비스 소개서 디자인을 끝내면서 프로덕트 문구 정리를 끝내고 그래픽 소스 레퍼런스를 찾고 수요일부터는 그래픽 소스 레퍼런스를 찾으면서 그래픽 초안을 잡으며 3단 리플렛 견적을 내고 명함을 처리하기로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은 레퍼런스 이미지로 수요일~금요일 사이에 한 번 점검하기로 하였고 로고 디자인은 다음 주로 넘겼지만 레퍼런스 찾을 때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같이 보기로.


월요일

서비스 관련 싱크업 미팅에 들어가니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일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일이 되어있었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중에 나는 당연히 들어가는 일러스트나 소스의 이야기인 줄 알고 일정 논의를 하는데


나: 음... 잠깐만요. 이 웹사이트를 제가 디자인하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단다.


나: 엄... 저는 그런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내 손을 떠났다. 그러기 전 오지 않았어야 했지만.


계획대로 서비스 소개서는 빠르게 디자인하였다. 전에 한 번 대략 잡아놓은 템플릿 초안이 있었는데 그것은 16:9 비율로 스크린 프레젠테이션용이었고 이번에 필요한 것은 A4사이즈 프린트 아웃용이어서 프레임 사이즈만 바꾸고 레이아웃은 바뀐 프레임에 맞춰 간단한 수정을 했다.

원본 텍스트를 pptx로 받았고 원본 이미지는 따로 받은 것이 없어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미지를 저장해 보니 화질이 너무 깨졌다. 구글에 검색해서 아무리 가이드대로 따라 저장해 봐도 원본 저장이 안 돼 이미지를 다시 요청하려던 참에 문득 pptx를 pdf로 내보내고 거기서 이미지 저장을 해볼까- 생각이 들어 해보니 빙고!


내가 10분 정도 삽질을 하면 다른 사람의 리소스를 아껴줄 수 있다. 물론 내가 10분 삽질 안 하게 애초에 디자인을 요청한 분이 완벽하게 소스들을 준비해 주면 좋겠지만 그들이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니 이번 바쁜 시기를 끝내고 브랜드 디자인 업무 요청 방식을 만들 때 들어가야 하는 이미지는 원본 이미지로 첨부할 수 있도록 절차를 추가하면 된다.


화요일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 레퍼런스를 찾았다. 이 회사에서는 그동안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하지 않았기도 했고 이번 프로덕트의 타깃이 좀 더 개인에 맞춰져 있어 기존의 톤과 다르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친근하게 풀기로 하여 스타일부터 찾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켜놓은 브라우저 창 몇백 개를 보고 옆에 앉은 친구가 징그럽다고 했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틈틈이 프로덕트 소개 문구를 정리했다. PO 정리한 텍스트 톤을 그대로 쓰고 싶지 않아 그것은 마케팅을 시작하면 그런 톤으로 쓰자고 뻥을 치며 회유했다. (미안합니다. 마케팅 때도 그대로 갈 수는 없어요)

그런데 나는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달이 된 거라 유저들 보라고 써놓은 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다. 하지만 문장이 너무 쉬운 문장이라 뭐가 이해하기 힘든지 잘 모르겠다. 그냥 문장의 톤만 다듬는다.


수요일

화요일 퇴근 후에 서비스 소개서 한 페이지 추가 요청이 와있어서 오전에 처리하였다. 이번에는 캡처 이미지를 따로 주셔서 사이즈 가공만 살짝 해 쓸 수 있었다.

비언어적으로라고 해야 하나 경험으로라고 해야 하나 서로 교육되는 느낌은 꽤 좋다. 내가 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상대에게 요청하여 상대의 시간을 쓰는 느낌을 찐따인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말을 안 하면 상대가 어떻게 아냐고 하겠지만 그게 작은 시간이고 내가 처리할 수 있으면 내가, 내가 시간이 진!짜! 없거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요청하면 되는 거라 상대가 왜 내 시간을 비효율로 만들어주냐에 대해 빡치지 않는다. 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 전체 시간으로 보면 어차피 누군가는 시간을 써야 하고 둘 중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지 않나?


오후에 프로덕트 소개 문구에 대한 피드백받는 회의를 하고 내가 써놓은 문구가 너무 정적이라 PO 쓴 문구의 방향으로 결정되려던 차에 저는 회사에도, 이 도메인에도 뉴비라 이 쉬운 문장이 사실은 이해가 안 간다고 고백했다. 다른 참석자들 역시 그들이 이 업계에 너무 오래 있어 이보다 훨씬 어렵게 쓰여있어도 쉽다고 느꼈을 거라며 문제점에 대해 공감했다. 그래서 PO가 나와 따로 남아 쓰여있는 모든 문장을 점검해 아리송하거나 아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모조리 뜯어줘 그 자리에서 새로 초안을 잡고 나머지 워싱은 따로 해 다음 날 보기로 했다.


나 일러스트레이션은 언제 하냐.

일정이 괜찮겠냐고 묻는데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ㅠㅠ 하면 된... 닷!라고 하니까 다들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데... ㅠㅠ


아차차 명함! 퇴근 전 재빨리 명함 제작을 넘겼다. 입사 후 처음 명함 파일 넘길 때 pdf를 잘못된 설정으로 내보내 후가공 면이 인쇄되어 나온 적이 있어 확인만 다섯 차례 했다. 실물 제작하려고 파일을 보낼 때는 항상 노심초사다.

아. 그리고 브랜드 디자인 업무 티켓 발행을 위해 지라 개설.


목요일

일러스트레이션 레퍼런스 이미지를 보다가 그냥 이렇게 하면 되겠고 로고는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어 괴발개발 스케치하고 레퍼런스들을 캐릭터 1, 캐릭터 2, 소품들, 배경, 컬러 사용이나 스타일 대충 이렇게 나눠 정리한 것을 피그마에 붙여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공유하였다.

브라우저 창을 몇백 개 켜놓고 이미지 저장을 몇백 개해도 결국 마지막 보드에 붙이는 것은 항목별로 10개가 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거나 이미지 저장할 때 기준을 좀 더 높이거나 뭔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레퍼런스 이미지를 피그마 보드에 업로드해 관리하는 것인데 이것도 딱히 서칭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유가 생겼을 때 해결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회사 소개 3단 접지 리플렛은 도저히 시간이 안나 다음 주 하루를 온전히 빼 그 작업만 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웹사이트용 일러스트레이션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고 그 스타일 정리가 빨리 끝나 오늘은 리플렛 뼈대라도 잡아두지 싶어 원고를 열었더니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아이콘인지 일러스트레이션인지 항목을 소개하는 무언가가 9개나 붙어있다. ㄷㄷㄷㄷ 새로 그려야지 뭐. 회사 프로덕트 아이콘 피그마 파일을 열어 내용에 맞는 아이콘은 몇 개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고 도저히 꿰맞춰도 꿰맞춰지지 않는 것은 짜깁기도 하고 기존 스타일에 맞춰 새로 그리기도 하였다. 왜 일이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거지...? 내가 문제인가...! 아무튼 원고를 미리 열어본 것이 참 다행이다. 담당자 자꾸 급하지 않고 맨 앞 일정 한 개는 포기하면 된다고 하는데 정확한 일정을 확인해서 최대한 빠른 인쇄 일정을 잡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싶다.


퇴근하는데 일러스트 스타일 공유한 것에 대한 피드백이 왔다. 아. 일주일 삽질했네! 내일 오전에 싱크를 맞추고 빠르게 작업해서 오후에 다시 점검해야겠다. (왜 자꾸 퇴근 후에 피드백이 오냐면 내 업무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서! 5시는 다른 사람들이 업무 할 시간이다.)

PO 프로덕 소개 문구 워싱은 계속되었다.


금요일

TF 싱크업 미팅하고 프로덕트 디자인 쪽에서 준 피드백을 반영하여 문구는 "거의" 최종안 형태가 되었다. 의견을 말한 모든 사람의 말들을 반영하는 척하면서 산으로 가지 않게 (제발!) 최대한 조정하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웹사이트용 일러스트레이션 싱크업 미팅하였다. 일회성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시스템과 페르소나를 만들어 구성하고 추후 확장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하였다. 시스템과 페르소나 초안 언제 볼 지 묻길래 당일 4시에 보자고 하였다. 그렇게 빨리 봐도 되냐 되묻는데 삽질을 줄이는 길은 짧은 주기로 자주 보는 것뿐! 나에겐 점심시간 제외하고 4시간 30분이 남았다. 두구두구두구

이제 일러스트레이션 레퍼런스가 아닌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유저가 좋겠다 싶은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과 관련 없이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기억에 남는 사람들과 서비스가 몇 있어 그 사람들이 방문한 장소나 했던 액티비티를 보여주는 사진을 몇 장씩 저장하고 성별, 나이대, 직업 등이 차이 나 보이도록 3그룹으로 나눴다. 이 페르소나 작업이 생각보다 금방 끝나 그 그룹을 표현할 만한 일러스트레이션 레퍼런스 이미지를 따로 찾아 보드에 붙였고. 4시 싱크업 타임. 대충 내용 정리하고 퇴근.


모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페르소나 설정에만도 최소 몇 주, 몇 달의 시간을 쓸 테고 서비스 소개 프레젠테이션에도 제대로 된 시간을 써줬을 텐데 상황이 특수하여 저글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2월이 끝나면 좀 더 일을 시스템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해 봐야겠다.


다음 주 할 일

신규 서비스 소개 문구 확정 후 프로덕트 단에 넘기기

메인 일러스트레이션 스케치 후 싱크업 후 추가 일러스트레이션들

회사 소개 리플렛 디자인 후 인쇄 넘기기


장기적으로 할 일

지라 보드에 리퀘스트 항목 고도화 - 배포

일러스트레이션 시스템

일러스트레이션 레퍼런스 이미지 관리 방법 찾기

아이콘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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