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봄 Jun 20. 2024

엄마는 말이야

이제서야 하는 고백

"엄마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이들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화장실로 도망치 듯 달렸다.


그 날의 기억은 어찌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 밖에 없다. 홈스쿨을 시작할 당시의 마음과 뭔가 다른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절정이라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화장실은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고 그 곳은 눈물로 호소하는 기도의 처소였다. 

몇년이 지난 지금이야 그 시간이 추억이 되고 내면이 단단해 지는 성장의 시간이지만 그 당시엔 어느 누구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처절한 시간이었다. 한편으론 그 시간을 잘 견뎌낸 나 자신을 칭찬하고 어렵고 힘든 시간을 울며 불며 우격다짐으로 견디는 이들을 향한 마음이 짙어진다.


엄마는 말이야

그때 너희에게 놀때도 죽을듯이 맘껏 놀라고 했잖아. 사실은 놀이에 대한 어떤 철학이 있어 놀이를 통해 너희가 성장할 것이라는 신념이 아니였어. 엄마는 어릴 적 맘 편하게 놀지도 못할 정도로 책임감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자란 거 같아. 엄마의 맘 속에 자라지 못한 어린 엄마의 보상심리였음을 직면했어. 그런 엄마의 모습을 알아차리고 너희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너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엄마는 말이야

그 때나 지금이나 너희에게 성경을 열심히 읽고 기도 하라고 하잖아. 사실은 삶의 기준이 되는 말씀을 너희에게 너희 수준에 맞게 설명할 깜냥이 되지 않고 거창한 울림이 있는 말보다 소박하고 투박한 삶으로 표현되는 사랑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질 좋은 소고기가 너희의 성장에 도움이 되니 일단 소화는 나중에 시키고 그냥 먹어두라는 듯 너희의 속도를 맞추기 보다 일단 달리라고 밀어붙였던 적도 있었던거 같아 미안했어. 너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관계의 소통하는 법을 고민하고 배울 수 있었어.


엄마는 말이야

너희에게 부모 밑에 있을 때 많은 도전과 실패, 다시 일어서라고 했잖아. 사실은 엄마는 어릴적부터 정해진 길을 착실하게 잘 걸어가는 시간을 보냈어. 그런 길을 걷는 엄마에게 주변사람들은 잘 하고 있다고 칭찬을 했고 엄마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거든. 근데 엄마가 살아보니 인생의 길에서 뭔가를 도전하고 실패하는 경험과 그 경험의 처절함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겪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더라구.

홈스쿨이라는 자체가 엄마에게는 도전이었단다.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그 가운데 수많은 고민과 많은 책, 가끔씩 올라오는 외로움과 기도로 엄마만의 커리큘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그 경험의 힘으로 지금 이 글을 쓰고 너희에게 매일 보내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는지도 몰라. 


엄마는 말이야

'너희 삶을 살라'고 수도없이 말하잖아. 너희와 함께 보낸 시간은 현재 주어진 삶에 대한 진지함을 배울 수 있었거든. 솔직히 말하면 그 시간만큼 삶을 깊이 있고 고민하며 살았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어.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면 허투로 보내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꿈을 많이 꿨거든. 

그 시간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주어진 삶에 대한 가치와 그 삶을 대하는 진정성'이 가슴에 많이 남는 것 같아 지금도 그 가치와 진정성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고민하고 애쓰는 것 같아.

그 고민이 세상의 고민과는 좀 다르더라도 그게 '온전히 남는 엄마의 삶'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어. 너희도 각자 주어진 삶의 무게가 다르겠지만 그 무게대로 삶에 진지함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는 말이야

엄마가 살아가는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렵기도 해. 항상 바른 길을 걸어가길 원하지만 그 길이 때로는 불안이고 절망이고 낙심이듯 여러 이야기를 닮고 걷는 엄마의 걸음이 너희의 인생에 미칠 영향이 분명 있기에 그게 두렵단다. 성경에 보니 많은 왕들이 삶을 통해 자녀에게 영향을 미쳤더구나. 그래서 더욱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 

너희 삶에 기쁨, 평안, 즐거움, 성취, 충만과 낙심, 화, 절망, 막막함, 무기력, 비참함이 공존하는 순간을 맞이할 날이 올텐데 그때는 그 모든 것이 '너 자체'라는 사실임을 잊지말기 바래. 

엄마가 먼저 그렇게 살게. 때때로 올라오는 달갑지 않는 감정들을 인정하며 잘 다독거리며 하나님이 보시는 시선으로 아끼고 다독이며 그렇게 한걸음씩 뚜벅뚜벅 살아볼게.


작가의 이전글 마지막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