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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Jul 02. 2024

용서의 또 다른 이름

그래! 나랑 함께 하자.

"친구와 장난감 가지고 싸우면 안되겠지?"

3호와의 실랑이가 30분째 대치상태다. 친구랑 놀다가 먼저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고 3차대전 수준의 혈투가 벌어졌다. 어머니들의 긴급 개입으로 마무리되고 친구는 사과까지 다하고 집으로 돌아간 상황.

육아서를 좀 읽어본 엄마라면 분명 아이에게 경계를 분명히 세워서 안되는 행동을 알려줘야 된다고 봤을 것이다. 나처럼.

문제는 점점 내가 힘을 잃어간다는 사실. 얼른 설득하고 얼른 자신의 잘못을 실토하고 얼른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고 얼른 안아주고 얼른 환하게 웃어주고 싶은 마음이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함을 감지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3호의 동글동글한 눈과 콧물은 여전히 나를 향해 보고 있다. 

어머니께서 뭔가 착각 하신 모양인데 난 그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듯.

친구의 마음과 어머니의 쪽팔림은 헤아릴 수 없었고 지금도 그럴 여유가 없다는 듯.

다음에도 동일 상황이라면 확실치는 않지만 똑같이 행동할 것 같다는 듯.

오히려 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평정을 찾고 있다는 듯.

3호의 마음을 읽은 뒤 부터는 나는 애원모드를 발동했다.

"3호야! 엄마는 3호를 혼내려는 게 아니라 잘못된 걸 알려주고 3호는 잘못한거 인정하고 사과하면 끝이야. 할수 있지? 저번에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친구랑 다퉜을 때 잘 했잖아.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거야."

점점 이게 무슨 짓인가 싶고 비굴하다 못해 비참해 지지만 50분이 넘어가는 대치상황을 이런식으로 마무리 할수는 없었다.

마지못한 3호의 한마디

"엄마 친구랑 싸워서 미안."

사과를 받았는데 뭔가 기분이 좀 찜찜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3호에게 엄청 잘했다고 다음엔 사이좋게 놀라고 하면서 얼릉 안아버렸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도 꺼내주고 과자도 꺼내주고 서비스로 영상도 30분이나 투척했다.

잘못한 아들을 빨리 용서하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3호와의 실랑이는 여전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그 아이를 빨리 용서하고 함께 하고픈 마음이 앞선다.


용서의 또 다른 이름은 함께인거 같다.

죄가 없으신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투성이인 사람에게 다가오지 못해 잘못했다고 말하고 얼른 나랑 함께 하자 하시는 것처럼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너는 너의 하나님을 만날 준비를 하여라... (아모스 4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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