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숲'
헉,헉,헉~
올해들어 석양이 너무 좋다. 그 석양을 보기 위해 저녁을 일찍 먹고 서둘러 정리하고 아이들은 각자 할일을 정착하도록 분위기를 몰아 붙인다.
오늘처럼 나의 계획이 좀 더딘 날은 어김없이 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광경의 스팟을 놓치지 않으려고 뛴다.
석양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 해 보니 쳇바퀴 같은 오늘들을 어김없이 살아내고 지친 나를 아무말 하지 않고 대자연이 주는 힘으로 위로 받고 싶어서다. 내일 또 만나자고 인사하는 오랜 친구의 포근함을 느끼고 싶어서다. 석양을 보러 가는 길에 함께 하는 남편과의 따뜻함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날은 남편 없이 혼자서 바삐 종종 걸음으로 나의 스팟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면에 눈물이 왈칵 났다.
잔디 사이에 성의없이 베어진 그루터기, 아무도 관심없이 버려진 채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은 그루터기, 그루터기만을 보면 그가 어떤 나무였는지, 어떤 이야기가 있어서 이 모습인지 그에겐 어떤 나무이고 싶었는지, 지금의 모습에 어떤 기분이 드는지 전혀 알수가 없는 것이 나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그루터기와 대화를 나누었다. 화려한 석양은 볼품없는 그루터기에게 오늘은 졌다.
나는 지금껏 내가 생각하고 나의 가치관이라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살았다. 그것이 나의 숲이라는 정원에서 나의 이야기라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나의 숲이 황량하고 초라하다. 무성했던 나무들은 그루터기들만 남았고 꽃들은 보이지 않고 파 놓은 연못은 말라버린 것 같다. 날아오던 새들도 기어다니던 벌레들도 찾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
이 정원은 폐쇄해야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나의 숲에 대한 애착으로 버리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떠나지 못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나의 황량함을 표현하니 그루터기는 한마디 한다.
'황량한 그루터기에 '오늘'이라는 애착을 살아내고 살아 내다보면 너의 그루터기 이야기에 싹도 튀우고 잎도 돋아나고 새도 깃들고 시원한 물도 흐르며 너가 좋아하는 무성한 숲을 이루며 많은 이들이 그 곳에서 쉼을 누리며 정서적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정원이 될 거야. 그곳에서 석양을 보며 오늘을 기억하자'
'오늘'이라는 그루터기에 나의 '숲'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자!
아직 석양스팟 시간이 남았다. 지금은 뛰어야 할 때.
헉,헉,헉
나는 집짐승을 먹이며, 돌무화가를 가꾸는 사람(아모스7장 중)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하였더니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 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하시니라(이사야 6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