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시작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감정은 뭐가 있을까?
꿈, 기대, 설레임, 도전, 망설임이라는 사람을 살짝 뭉게구름 위에 올려 놓는 감정도 있지만 그 이면엔 결정장애, 막막함, 갈팡질팡, 깜깜함, 눈물, 실패, 좌절이라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감정도 즐비하다.
하고 싶은 일의 출발점에 서 있어 보니 몽글한 구름 보단 시커먼 구름이 떠 오른다. 모두들 앞서 가 있어 그 뒤를 어찌 따라 갈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 과연 이 길을 가다보면 따라 갈 수 있기는 한가 싶은 의심들이 몰려 올때면 생각의 결론은 대부분 이렇게 맺어진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간극을 어찌 메우며 살아 갈순 없을까'
어찌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챙기고 싶은 꼼수 같은 마음이다.
주말 어느 청년의 기도제목을 보았다. 아침마다 그 청년을 생각하며 기도 한줄씩을 보태고 있다.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청년의 기도는
'바다가 되기 보다 계속이 되길...'
그 이전의 기도제목은
'어여쁜 나비보다 작은 애벌레가 되길...'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꾸길...'
간략한 한줄의 제목을 보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맞나 얘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년의 기도제목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어차피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 해 준다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까 싶었다.
'세상이 놀랄만한 거대한 행동으로 세상 바꾸는 사람 되게 해 주세요.'
'남들에게 뽐낼만큼 위대한 나비가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같은 사람되게 해 주세요.'
순간, 어제밤까지도 시뮬레이션 돌렸던 나의 간극 메우기 꼼수프로젝트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그 꼼수 프로젝트엔 지금의 일과 비교하면서 여전히 먹고 살 걱정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중위나이가 45세로 조사됐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40대가 뭔가를 시도하기엔 좀처럼 쉽지 않다.
주변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좋다, 괜찮다, 너랑 잘 어울린다.'의 말은 사실 그리 동력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청년의 기도제목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되어가느냐에 중심을 맞추어 높은 산이 되기보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동산이 되어 내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아름다우면 그걸로 족하지 않냐라는 생각을 하며 부끄러움을 마음 깊숙이 잠시 접어 둔다.
2003년에 방영된 걸로 기억하는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드라마가 있다. 당시에 아주 핫한 드라마로 한류열풍 효과를 제대로 누렸던 걸로 기억난다. 극 중 권상우씨가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며 부메랑을 멋있게 던졌는데 정확히 자신의 손을 돌아오는 장면이 있다.
그렇게, 하루를 한달을 일년을 십년을 나의 방향대로 살면서 부메랑을 던지다 보면 그 때에 맞춰 정확하게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오늘도 다시 시작점으로 한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