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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Jul 19. 2024

낡은 옷은 갈아입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되죠.

최근 퍼스널 컬러라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나에게 맞는 색깔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이 색 저 색을 얼굴에 갖다 대며 cool톤, warm톤, 여름톤, 겨울톤으로 나눠서 자신에게 좀 더 맞는 것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나의 성격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MBTI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를 알아가는 도구가 다양해 진다는 건 참 좋은 일이면서 나 스스로 나를 알아보고 탐색하고 다정하게 관찰하는 영역이 점점 외부의 어떠한 잣대로 결정되는 듯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실패하기를 격려했다. 실패하면서 실패 속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도 다시 살펴보고 재정비하여 다시 일어나는 것이 삶의 재산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패라는 단어가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또 다른 하나의 과정이 아닌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다 보니 참 살기가 더욱 팍팍 해 지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뭔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을 빼앗겨 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이다. 가끔은 나랑 걸맞지 않는 옷도 입어보고 나의 화장법과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다른 형태의 글을 쓰는 '도전을 빙자한 도발'을 하고 싶을 때도 있는데 말이다. 

또 살다보면 여러 인생의 경험을 통해 사람도 변하기 마련인데 '난 이런 사람이야' 혹 '넌 이런 사람이네'라고 규정해 버린 결과 탓에 흘러가듯 살아야 하는 인생의 흐름을 부정하며 자책을 하기도 한다.


인생의 걸음에 오래 입은 옷이 낡아 해어지는 것처럼 영원할 것 같아 도저히 잊혀지지도 감당할수도 없을 것 같았던 경험의 느낌이나 감정들이 낡아 너덜너덜 해어질 때가 있다. 그런 나 자신을 마주할때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변심한 옛여인에게 따지듯 나를 향해 따지곤 한다.

그런데, 못 벗어서 애걸복걸 할 때가 있었냐는 듯 살아지는 인생인거 같다.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아는거.

밤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듯 사라진다는 거.

그러면서도 갈아입은 옷이 영원할거라는 망각속에 살아가는 거.

그 낡아 해어진 옷은 그 옷대로 의미가 있다는 거.

없어질 옷에 아픈 마음 두기보다 한결 같이 내게 어울리는 옷이 준비되어 있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거.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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