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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라이온 Jul 10. 2023

웹3 커뮤니티 마케팅이 유독 힘든 이유 (Part 1)

2년차 웹3 마케터의 슬픈 회고록


웹3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한 지 어느새 2년 차가 되어간다.


어느 산업이든 처음 입문할 땐 어렵다지만, 기술의 혁신이 다른 곳보다 월등히 빠른 웹3 (또는 블록체인) 시장은 특히나 입문하기 어려웠다.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원리부터 시작해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들, 그러한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한 코인, 코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시경제적 및 규제적 움직임 등 일하기도 전부터 많은 것을 파악해 둬야 비로소 기초적인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이후에야 시작할 수 있는 실무는 실무대로 알아서 적응해야 하다 보니 사실상 웹3 마케터에 대한 진입 장벽은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고, 신규 시장인 만큼 독특한 마케팅 커리어를 쌓을 기회라고 여겼다. 그만큼 내 커리어 상 처음 맡아본 “커뮤니티 매니저”는 웹3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내 나름대로 유의미한 마케팅 포지션이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다른 시장에서도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웹3 업계에서는 그 중요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웹3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유저들을 한데 모아 프로젝트에 대한 업데이트도 공유하고,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소식을 홍보하고, 관심이 쇠퇴하지 않도록 이벤트도 꾸준히 기획해야 하며, 유저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프로젝트 팀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시장 조사, 운영, 관리, 기획, 분석, 홍보, 디자인, 외국어 등 생각보다 다양한 능력들을 요구한다.


게다가 멋있는 업무를 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그 이면에는 짜치거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소들도 많다. 우선, 해외에 있는 팀과 소통하기 위해 새벽에 회의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다수 있고, 해외팀의 무리한 요구에 휘둘리지 않도록 커뮤니티 및 한국 시장에 대한 현황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유저들이 공존하는 만큼 커뮤니티 운영에도 공수가 많이 들어간다. 코인 가격이 떨어졌다고 무작정 환불을 요구하는 유저, 괜히 다른 유저들에게 시비 거는 유저, 민감한 콘텐츠로 어그로를 끄는 유저, 프로젝트를 맹렬히 비판하는 유저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위와 같은 악의적인 유저들로 인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관리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 이런 유저들을 타이르고, 혼내고, 배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전 회사에서 나는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관리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들은 결과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추억이 되고, 나쁜 기억은 경험이 된다”고 했던가. 나를 단련시켜 준 만큼 나쁜 경험도 많았기에, 이번 글을 통해 특히나 나를 힘들게 했던 커뮤니티 매니저만의 고충을 한 번 털어보고자 한다.  


1) 프로젝트의 로드맵 불이행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일했을 당시, 나는 정말 다양한 해외 웹3 프로젝트의 한국 커뮤니티를 담당했다. 그중에는 탈중앙 클라우드 서비스의 아카시 네트워크(Akash Network), 탈중앙 신원증명 프로토콜의 릿엔트리 (Litentry),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청산 프로토콜 민터레스트 (Minterest) 등이 있었다.


매니저인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들인데, 그들 커뮤니티에 입장해 있는 유저들이라고 더 잘 이해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다 제쳐두고 유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날 먹여줄 수 있는가?


즉, 유저들은 프로젝트의 제품 시장 맞춤(Product Market Fit)보다는 토크노믹스(Tokenomics)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발행할 전체 코인 개수 중 얼마만큼이 유저들에게 할당될지, 언제 어떤 형태로 코인을 판매할지 (만약 판매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유저들에게 에어드랍할 지), 유저들이 구매한 코인이 언제 지갑에 꽂힐지, 구매한 코인이 어느 거래소에 언제 상장할지 등의 정보들이야말로 유저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라는 것이다. 유저들이 눈에 불을 켤 정도인 만큼 웬만한 웹3 프로젝트들도 코인 관련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잘 인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토크노믹스 모델을 설계하고 관련 로드맵을 발행할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신중하고 세세하게 작성되어 유저들에게 공표된다.


문제는 일부 프로젝트가 공표한 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때다.

예를 들어, 당시 민터레스트 팀은 커뮤니티 운영 초창기에는 한국 유저들과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소식도 정기적으로 발행하면서, 코인 판매 계획에 대한 정보도 커뮤니티에 점진적으로 잘 공유해 왔다. 그러나 팀이 코인을 판매하고 난 뒤, 온갖 악재가 터져버렸다. 러우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출신 직원들이 일할 수 없게 되면서 사업개발이 더뎌졌다. 아울러,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코인 시장이 극단적으로 폭락했고, 당시 민터레스트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해도 유저들이 기대하는 만큼 이율이 나올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민터레스트 팀은 결국 상황이 호전되기까지 코인 발행에 대한 소식을 무한 지연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2022년 초에 판매한 코인은 내가 커뮤니티 매니저직을 하직하기까지도 유저들 지갑에 들어오지 않았다. (듣기로는 지금 2023년 7월까지도 코인이 발행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대표 마저 사직해버렸다고 한다.)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프로젝트는 유저와의 약속을 어기고 심지어 명확한 답변도 내지 않고 있으니, 유저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커뮤니티 매니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 아직도 코인이 안 들어왔냐, 언제 거래소에 상장하냐고 수도 없이 질문을 받았지만 매니저로서 줄 수 있는 답은 사정이 어려워서 당장 주긴 어려울 것 같다 밖에 없다. 팀은 팀대로 유저들에게 상황 설명하고 잘 달래달라 하고, 유저들은 유저들대로 팀한테 속 시원하게 정보 좀 업데이트해달라고 하지만, 어느 쪽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딜레마가 지속되다 보니 결국 민터레스트 한국 커뮤니티는 유저 활동이 점차 뜸해지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어렵게 성장시킨 커뮤니티가 프로젝트팀의 로드맵 불이행으로 망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나는 그저 크나큰 허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남는다.


Part 2, 7월 16일에 업데이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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