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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Jun 08. 2024

건강 문해력은 왜 중요할까


건강정보는 넘쳐도 부족해도 문제,
이해 못 하면 손해

 건강정보는 내게 필요한 건강서비스를 찾고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건강정보를 얻으려고 유튜브를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책을 찾아 읽지요. ‘40대 건강검진’이란 키워드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니 아래와 같은 목록이 나오네요.     


- 40대 건강검진 필수 뭔가요?

- 40대 건강검진 착한 비용으로

- 40대 건강검진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야 해요

- 40대 국가건강검진, 추천 검진 항목 알아보기

- 40대 중반, 건강검진 어떤 항목으로 받으세요?

- 40대 건강검진 후기, 인생 첫 위내시경, 유방암 검사

……    


 와, 검색화면을 여러 번 스크롤해도 목록이 계속 올라와요. 유튜브 검색 결과도 마찬가지네요. ‘어떤 자료를 먼저 살펴볼까?’ 하는 고민부터 하게 돼요. 내 나이에 조심해야 할 질병은 무언인지, 내게 필요한 건강검진은 어떤 것들인지, 왜 독감 접종은 매년 하는 건지 - 블로그 글이나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보지만 홍보성이나 클릭을 유도하는 글인 것 같아서 미덥지 않고요. 건강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정보, 믿을만한 정보를 선별해 줄 의사나 간호사 친구가 없는 것이 한스럽네요.


 믿을만한 정보를 찾았더라도, 듣고 읽은 건강정보 중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겠어요. 건강정보를 찾고, 수많은 콘텐츠를 일일이 살펴보느라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고요. 이해를 못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차라리 다행이지요. 건강정보를 잘못 해석하거나 맹신하면 더 큰 비극이에요. 내게 필요한 건강서비스를 선택하기 위해 건강정보를 찾았는데, 그 정보를 올바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정보를 수집하느라 들인 노력이 아깝게 되는 거지요.


 진료실에서는 어떤가요? 의사에게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보고 만족할 만한 설명을 들으시는지요? 진료 대기 환자는 밀려있고 의사는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멋쩍어서 궁금한 것을 묻지 못하고 진료실을 나섭니다. 간호사는 주사 놓고 검사 절차 설명하느라 저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요. 누가 차근차근 설명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 X-ray와 CT는 뭐가 다른 건가요?

- X-ray 자주 찍으면 암 걸리는 거 아니에요?

- 주사침에 찔리고 나면 문질러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헷갈리게, 왜 언제는 문지르고 언제는 문지르지 말라고 하죠?

- 간 수치가 높다고 추가 검사받으라는데 이게 큰 문제예요? 술은 왜 먹지 말라는 거예요?

……     


 뉴스에서 ‘감염병’ 이야기가 나오면 걱정이 앞섭니다. 감염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따라 예방 수칙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원리를 알지 못하니, 감염병 소식을 들으면 막연히 불안해요. 나와 가까운 사람 중 A형 간염과 결핵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 어쩌다가 걸린 거지? 혹시 나도 옮은 건 아닐까?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하나?

- 이 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뭐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 그 친구를 언제부터 만날 수 있나? 친구를 만날 때 마스크라도 쓰고 나가야 하나?

-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함께 생활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

……     


 A형 간염과 결핵은 요즘 성인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감염병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전파되는 방법부터 달라요. 그에 따라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다르고요. 이걸 모른다면 불필요한 예방 수칙까지 지키려고 애를 쓰거나, 엉뚱한 예방 수칙을 따르다가 병이 옮을 수도 있겠지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등 여러 이유로 신종감염병이 대유행하는 간격이 점점 더 짧아질 거라고 해요. 우리는 감염병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아야 일상을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네요.     


 믿을만한 건강정보를 선별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내게 맞는 건강서비스를 선택하고,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누리기 위해서 ‘건강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건강에 경고등이 들어오고 나서야 여러 곳을 기웃거리며 건강정보를 찾기 급급하신가요? 기초 정보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문지식만을 좇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내 건강에 중요한 선택을 왜곡된 정보에 의지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이 질문들에 쉽게 답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건강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아파도 똑똑하게, 아프기 전에 즐겁게

 스마트 환자(Smart Patient)를 아시나요? 높은 건강 문해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고, 때로는 의사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건강권을 행사하는 환자를 뜻해요. 희귀 질환 치료를 받는 A 씨는 간호사에게 신약 임상시험에 자신이 참여할 수 있을지 물었어요. 최근 개발되고 있는 치료약제에 대한 해외 논문을 읽고 국내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렇다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하네요. 의사에게는 자신의 치료 성과가 어떨지 묻고, 환자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건강관리 방법에 대한 자료를 가져와서 내용을 요약해 알려주며 이 방법들이 안전한지 확인하지요.


 비단 환자만 똑똑한 것이 아니에요. 요즘 MZ는 건강에 즐거움을 더한 헬씨 플레져(Healthy Pleasure)를 추구하지요. 자신의 운동과 식사 루틴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고, 커뮤니티 안에서 운동이나 식단 인증, 목표 달성 이벤트에 열성적으로 참여해요.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며 20대부터 노화 방지 화장품을 쓰고 운동을 통해 다져진 몸을 멋진 사진에 영원히 박제해요. ‘건강한 아름다움’을 표방하는 유명인이 만든 옷을 차려입고 누구보다 예쁘고 멋진 모습을 뽐내며 운동하지요. 이들은 건강관리를 재미있는 놀이로 즐기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활동으로 여겨요.
 

 똑똑한 의사결정과 재미를 추구하는 건강관리, 이 모두에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건강 문해력입니다. 건강정보를 찾고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면 의료진과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건 불가능했겠지요. 기초적인 건강에 대한 이해 없이 재미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될 테고요.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무리가 될 정도의 운동을 하여 몸을 다치거나, 보조제를 과하게 먹고 간에 염증이 생겨 입원하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마흔, 우리도 똑똑한 의료소비자가 되자.

 마흔 즈음, 몸과 마음이 부쩍 달라졌다고 느끼게 되지요.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광고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고요. 충동적으로 그 상품을 사 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건강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서 열심히 시청하고, 암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야 하나 싶고요. 샐러드 도시락을 주문하고, 신선 재료를 구해다가 못 하던 요리에 도전해요. 비상금을 털어 개인 맞춤형으로 운동을 가르쳐 준다는 수업에도 등록했지요. 야심에 찼던 모습은 3일을 못 가 흐지부지되기도 하고, 이렇게 애를 썼는데도 건강에 대한 고민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네요.


 대사증후군은 당뇨, 심뇌혈관 질환, 암과 같이 무서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복부비만이거나 혈압이 높거나 혈액 속에 당분과 나쁜 지방 성분이 많은 경우 등 3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대사증후군이라 하지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0명 중 2~3명이 대사증후군이랍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약 20%가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기대여명 통계를 보면, 40세 성인은 43.7년을 더 산다고 하네요. 마흔 이후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거지요. 많이 배우고 열심히 일하고 버느라 건강관리를 잘하지 못해 여생을 누워 지내거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그때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머리와 가슴에 사무쳤어요. 우리가 건강정보 중 무엇이 중요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제대로 알고, 꼭 필요한 건강관리 방법을 실천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건강 문해력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하면 우리도 똑똑한 의료소비자가 될 수 있고 심각한 질환을 피해 갈 수 있어요. 스스로 건강한 삶을 살며 뿌듯하고 즐거울 거고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꾸준히 읽고 이해하며 지식을 쌓아나간다면, 건강 문해력이 좋아지겠죠. 문제는, 그 자료들이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수많은 검사항목과 수치, 단어가 등장하고 어려운 용어는 도통 입에 붙지 않아요. 질병 이름은 왜 이렇게 많으며, 전문과 별로 어떤 질병을 다루는 지도 헷갈리고요.


 앞으로 건강한 삶을 준비하는 소중한 이웃들에게 공신력 있는 건강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알려드릴게요. 그동안 병원, 보건소, 노인요양원, 학교와 학원에서 만난 수많은 이웃이 저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고, 그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법을 배웠어요. 의료인이 아닌 이웃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도 알게 되었고요. 그 이웃들께 드렸던 답변과 정보를 공유하려고 해요.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가족과 친구라면 권하고 싶은 건강관리 방법도 함께 소개할게요.

                    

*사진: Unsplash (Tom Cla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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