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나이 들면 좋은 점은 없나요?라고 물으셨는데...... 좋은 점이 얼른 생각나질 않더라고요. 하하." 몸이 약해지고 돌봐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소위 멋진 언니로 활약하고 있는 오십 대 인플루엔서의 이야기를 그냥 흘려듣지 못했다. 커리어와 돈, 유명세 모두 가진 그도 이렇게 말하는데, 나이 들면 좋은 점은 정말 없는 것일까.
맞춤법 틀리는 게 싫어서 카톡방 메시지도 전송 전에 다시 보는데, 요즘 들어 자꾸 오타를 낸다. 상품 라벨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는 휴대전화 사진으로 옮긴 다음 확대해서 읽는다. 바늘귀에 실을 꿰는 것도 순전히 오기로, 수십 번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한다. 인정하기가 싫다, 노안이 오고 있다는 걸.
운동을 잠시라도 멈추거나 며칠만 식단 관리를 하지 않으면, 흉하게 붙어버린 군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게 된다. 계속 미뤄왔던 울쎄라 써마지와의 값비싼 만남도 곧 피할 수 없으리라. 주름과 검버섯을 받아들이기엔 어설프게 나이 든 것도 사실이니까.
나이가 든다고 지혜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닌 듯싶다. 내 주변의 어른들을 관찰해 보니, '나이가 들수록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줄어들어서, 익숙한 것, 그래서 안전한 것에 머물게 된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유한한 인생에서 경험하는 폭에 한계가 있고, 그 좁은 경험 안에서 타인과 세상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많이 생각하고 부단히 유연해지려고 노력해도, 지혜로운 노인이 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이십 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시죠?"라는 질문을 얼마 전에 받았다. 망설임 없이 "NO!"라고 답했다. 나의 이십 대는 춥고 아프고 외로워도 그게 힘든 건지 모르고 맹목적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버텼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모르고 지나왔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다. "지금이 만족스러워서......"라고 둘러댔지만, 곧 깨달았다. 치열했던 과거가 선물한 오늘의 안온함에 머무르고 싶은 거다. 고통이 따를 것 같아서 도전하고 싶지 않고, 꿈을 꿀만큼 순진하지 않다.
더 많은 오타를 내기 전에 안경을 맞춰야겠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고 둘러댈 수 있게, 나이 들면 좋은 점 하나쯤은 생각해 두어야겠다.
*사진: Unsplash (Isabella Fis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