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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Dec 17. 2024

숲 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며 든 생각들

  돈 벌러 나와서 <돈 벌지 않는 나와 살아가는 법> 챕터부터 읽기 시작했다. 퇴직을 한 번했다가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돈을 벌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슬프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통장에 다달이 찍히는 액수로 나의 쓸모를 증명해야 했다, 나란 사람은. 돈을 버는 생산적 인간을 정체성으로 여겨왔는데, 과연 벌지 않는 나를 너그러이 수용할 수 있을까. 아직 자신이 없다. 책을 읽으며 더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직장으로 옮기고 나서 “일이 잘 맞나요?”라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예의상 긍정으로 끄덕였지만, 실은 질문이 잘못됐다고 꼬집어 주고 싶었다. 취미랑 돈벌이가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되나. 그렇게 묻는 당신은 적성에 맞는 일로, 남들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가. 근 이십 년간 자본주의 현실 앞에서 돈벌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눈 질끈 감고 남들이 돈 주는 일을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해 왔다. 어쩌면, 으레 묻는 질문에 발끈하게 될 정도로 치열하게.




  이 대목을 읽으면서, 논문만 남겨두고 학위를 포기했던 때를 떠올렸고, 저자와 조금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걸 기억해 냈다. 고민 끝에 포기하자, 오랜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했다. 학위 공부를 시작하고 일과 병행했던 때와, 포기하던 시기의 내 생각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 일은 포기했어야 마땅했다. 내 인생의 본질과 멀어진 작은 계획들은, 어쩌면 수단에 불과하고 수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이런 포기는 선택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명문대를 나와서 번듯한 직장에 다녔으나, 저자는 어려서부터 꿈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에게 꿈을 가져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열심히 고민해서 찾으라고, 그래야 성공한다고 핏대를 세웠었는데, 허허. 그러고보니 어려서부터 하고 싶던 게 많던 내가, 저자보다 더 성공했는지 의문이다.


  자본주의 안에 있으나 주류와 단절된 삶이 편하지는 않으나 자기는 살 만하다, 못 견디겠으면 다시 주류로 복귀할 능력이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의 삶을 동경하지 않는다. 인터넷 없이 미국 시골마을에 살면서 원고료를 벌 수 있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을 제도권 교육에서 하차시킬 용기도 없다. 


  읽다가 자주 멈춰서 생각해야 할 만큼 쉽게 읽히지 않는 건,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일 거다. 자본주의라는 제도 안에서 살고 있지만, 성공을 위해 달려왔으나 성공하기 쉽지 않으며, 내 아이들도 그 경주에 뛰어들게 해야 하는 무력한 한 개인임을 상기해야 했기 때문에, 이 책 읽기가 쉽지 않다. 아마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후에도 결말을 내지 못할 거다, 이 책의 독후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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