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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국

by 지영민

여름 내 나를 기쁘게 해 주었던

수국이 시드네.


맹렬한 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싱싱하던 네가

선선한 바람에 속절없이 지다니.


뭐가 이리 분하고 서러울까.


괜찮다, 괜찮다, 되뇌면서도

너희에게 빼앗기느니

내 손으로 도려내었던 가슴 한복판은 아리고 쓰렸다.


여름 꽃 보고 강아지 쓰다듬으며

봉합하려 애썼던 오래된 상처를,

바람이 할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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