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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위치 Dec 02. 2022

대파라고 쓰고 정(情)이라고 읽는다

대파 향이 솔솔, 대파 치즈 스콘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입구.

그곳에 친언니는 작은 브런치 카페를 차렸다. 가게를 하려고 위치를 보러 다닐 때, 후보지 중에 하나였던 이곳을 보고 가족들은 모두 뜯어말렸다. 유동인구가 없다시피 하고 게다가 주변이 논밭인데, 딱 말아먹기 좋아 보였다. 상권분석 전문가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파리바게뜨나 스타벅스가 있는 동네에 차려야 잘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뚝심 있게 언니는 이곳을 계약했고,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그렇게 브런치 카페 오픈 준비를 했다.

이곳 마을 어르신 중에 절반은 이 가게가 뭘 팔려는 건지 오며 가며 궁금해하셨고, 나머지 절반은 왜 이런 가게가 생기는지 불편해하셨다.     

 



시골 브런치카페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음식 맛이 좋고 주인장이 친절하다는 많은 리뷰가 달렸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테이블은 8개뿐이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빈 테이블이 없었다. 일부러 차를 타고 오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작은 곳을 찾아준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언니는 타고난 친화력 덕에 마을 어르신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나는 가게에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돕곤 하는데, 그날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마을 어르신 한 분이 가게로 들어오셨다. 버스 정류장이 가게 바로 옆이라 버스를 기다리며 종종 가게로 들어오셔서 더위를 피하기도 추위를 달래기도 하신다.

언니는 어르신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여쭤본다.


“따뜻한 커피 한잔 드릴까요?”

“응, 차가운 걸로 줘”


어르신 취향은 ‘아아’.

컵에 투명한 얼음을 가득 담아 물을 채운 다음 추출해 놓은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부어준다.  



며칠 후, 언니가 대파 한 뭉치를 준다. 공짜 커피를 드렸던 어르신이 텃밭에서 대파를 뽑아다 주셨다고 한다. 공짜 커피 덕에 공짜로 대파가 생겼다. 이런 게 물물교환이던가. (언니한테 들은 얘기로는 마을 어르신들께 공짜 커피를 드린 다음날에는 종종 무도 가져다주시고, 맛보라며 김치도 주신다고 한다. )

대파는 여기저기 참 쓰임이 많다. 우리 집 냉동실에는 대파가 떨어지지 않는다. 볶음밥에 넣어도 맛있고, 국에 넣어도 시원하다. 어르신이 주신 대파로 무얼 해볼까.

그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대파 치즈 스콘.

오늘은 너로 정했다.



오븐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대파 치즈 스콘은 대파 향이 버터를 부둥켜안고 어우러져 매력적인 맛이 된다. 스콘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날 만든 대파 치즈 스콘은 정말 맛있었다. 파향이 입안에 기분 좋게 맴돈다.

언니가 왜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분명 그녀만의 생각과 철학이 있을 것이다. 돈을 벌고 있는 건지 쓰고 있는 건지 모를 시골의 작은 브런치카페 이지만 도시의 카페에 없는 무언가가 분명 있다.  

의도치 않은 물물교환을 통해 정(情)을 떠올려본다. 초코파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파에도 있었다.


어르신이 가져온 대파는 더 이상 대파가 아닌 ‘정(情)’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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