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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위치 Dec 22. 2022

깨물고 싶은 빨간 맛

딸기 생크림 컵케이크

겨울딸기.

11월 말쯤부터 마트에 딸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비싼 가격에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하다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고 하니 한 상자 집어 든다.

찬 물 샤워를 마친 딸기를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탈탈 털어내어 접시에 가지런히 담는다.

딸기를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함과 향긋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요런 게 행복이지.

오도독 씹히는 딸기의 씨는 먹는 재미까지 더해준다.

우리 집 아이들은 딸기 귀신이다. 씻어놓기가 바쁘게 없어진다.

금세 없어져버린 딸기. 남은 몇 알이 아쉽다.




"띠링"

문자가 울린다.

올해 3월이었다. 문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딸기 수확 체험을 하면 1kg 딸기와 미니 딸기 케이크를 준단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좋은 체험이 될 것 같아 바로 신청했다.

3월이면 농가에서 딸기 체험을 종종 하는 듯 하다.

원래는 1kg만큼 가져가는 건데, 그 날은 어른은 2kg 짜리 박스를 주셨다. 따면서 먹어도 되고 원하는 만큼  담아가도 좋다고 하시면서. 

어른 2명에 아이 2명이니 6kg.

이걸 언제 채우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따다 보니 요령도 생겼다. 

따면서 맛있어 보이는 건 입으로 쏙.

설탕을 발라 놓은 듯 달다, 달아.


아이들도 처음 해 보는 체험에 신났다. 몇 번 해보더니 제법 능숙하게 딸기 꼭지를 가볍게 잡고 똑똑 떼낸다.

상자마다 가득 4박스. 부모님께도 드리고 남은 건 딸기 잼도 만들었다.  

아이들은 내년에도 또 하고 싶다고 한다. 딸기에 대한 달콤한 추억 하나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뿌듯했다.

 

한가득 수확한 딸기 상자를 들고

딸기를 볼 때면 함께 수확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도 좋은 기억이었나 보다.

아마 내년 3월이 되면 또 딸기 체험 신청 문자를 기다리겠지? 그땐 부모님도 함께 가서 빨간맛 추억을 더 쌓아야겠다.




추억이 깃든 딸기를 떠올리며, 오늘은 아이들 간식으로 딸기 생크림 컵케이크를 만들어본다. 딸기는 베이킹에 자주 등장한다. 하얀 도화지 같은 생크림 위에 빨간 딸기 하나 얹어주면 얼굴에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화사해진다.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먼저 구워주고 충분히 식혀준 후,  그 위에 생크림을 얹여 딸기 장식을 해준다. 아이들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 이럴 땐 홈베이킹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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