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못해

엄마의 경제관

by 수아

" 엄마! 저 뮤지컬 학원 다니고 싶어요. 저번에 치과 갔던 건물 위층에 뮤지컬 학원 있던데 거기 보내주세요."

" 야! 거기 엄청 비싸.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가는데 몇 십만 원을 학원비로 내는 건 좀 사치다, 사치!"


" 엄마, 나도 킥보드 하나만 사줘요. 내 친구들은 다 그거 있어서 재밌게 타고 다니는데 나만 없어요."

" 야! 그거 저번에 백화점에서 보니까 십만 원도 넘더라. 어후~ 그렇게 비싸고 위험한 걸 굳이 왜?"


" 엄마, 나도 친구들처럼 베트남 가고 싶어요. 이번에 우리 반에 거기 간 친구들 많은데 재밌데요.

" 아우, 야! 너도 해외여행 다녔거든?! 어떻게 그걸 다 가니. 돈이 얼만데."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와 이걸 하니 마니, 사니 마니 하는 걸로 실랑이를 벌인다. 그중에 많은 부분이 바로 요 녀석 '돈'에 대한 부분이다. "돈 없어서 안돼."라는 말보다 더 멋지고 지혜로운 말들이 많이 있을 텐데 왜 왜 첫마디가 "안돼! 돈 없어!"라고 자동적으로 나오게 되는 걸까. 집안의 경제형편과 상황을 아이라고 해도 바르게 알고 그에 맞는 선택과 타협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뭔가 모르게 씁쓸하다.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반대로 돈이면 다 된다고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배우고 싶었던 학원도, 갖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서는 최대한 형편이 되면 원하는 것을 해 주려고 노력하셨지만 상황상 안 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했던 말, "돈 없어서 안돼." 지극히 상식적인 말인데, 또 맞는 말인데 어린 나이의 나는 그 표현이 참 싫었다. 맨날 돈이 없다니. 그럼 돈은 도대체 언제 생기는 건가?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자식에게 돈 없어서 안 돼라는 표현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지 결심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된 나도 지금 아이에게 똑같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돈이 없었기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이 많아 솔직히 미련이 남고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돈이 없었기에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들 또한 많다.


돈이 없었기에,

내가 가진 적은 자원으로 가지고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게 되고,

스스로 노력하면서 주도적인 태도를 배우게 되었고,

타인의 시선과 인정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게 되었고,

보다 인내하고 참아낼 줄 알게 되어 어디서든 무던하게지낼 수 있는 성격을 갖게 되었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감탄할 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다른 사람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살피는 법을 배웠다.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돈'의 의미는 무엇일까.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눈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편리함을 돈으로 살 수 있고, 돈의 많고 적음이

마치 개인의 사회적 계급을 정해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시대에 나는 어떻게 돈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말해야 할까.


돈을 모으고 자산을 증식시키는 방법 같은 '돈을 많이 모으는 방법'에 대한 정보들은 많은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돈을 바라보고 가치체계를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돈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해 보인다.


어떤 일을 선택하고 결정할 때 가장 큰 요소가 돈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엄마로서 신앙인으로서 돈이 전부가 아닌 다른 가치와 상황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아이에게 조언을 건넬 수는 있어야겠다. 비싸서, 돈이 없어서가 결정의 이유가 아니라 그 돈을 지불하고서 그 물건을 사거나 그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와 삶에 어떤 영향이고 왜 필요한지를 먼저 같이 생각해 보고 점검해 보면서.


그만큼 '돈'이라는 것은 벌기가 힘들고, 돈의 영향력이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돈을 잘 사용하고 관리하는 법도 알려주는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겠지.



결국 '엄마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돈'이 결국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고,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닌가.

엄마인 내가 먼저 돈을 바른 생각과 마음으로 보고 삶에서 보여줘야겠지. 내 자녀에게 가르쳐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관점으로 돈을 생각하며 사용할 때 아이는저절로 알게 되겠지. 아, 돈이란 이런 것이구나.


오늘도 아이를 통해 엄마인 내가 먼저 새롭게 되어야 함을 배운다. 결국 엄마의 생각과 행동이 아이에게 흘러가는 것이니.


때로는 엄마도 실수하고 미숙해도 날마다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도 알아주겠지. 아 나는 얼마나 인간미가 넘치고 흐르는 엄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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