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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21. 2024

주말 아침 여유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일요일 아침 11시. 나에게 주말 아침 11시는 아침이다. 이 이른 아침에 나는 까페에 와있다. 졸린 눈을 하고 아직은 푹신한 이부자리에서 꾸물거리고 싶은 나는 까페 2층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남의 집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침은 건너뛰고 그나마 아침에 덜 부대낄 라떼를 앞에 두고 잠을 깨는 중이다.


조금 전 새벽 5시에 잠들었다. 갑자기 무슨 공부귀신이 씌었는지 공부왕 찐천재 한국사를 보며 머릿속에 한국사 연대표를 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잠들었겠지. 아들은 주말 아침이면 으레 나보다 일찍 일어나 내 방으로 온다. 내 방엔 아직도 유튜브 강의 화면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졸린 눈을 껌벅이며 아들을 내 오른편에 눕히고는 어제 못다 본 강의를 같이 보며 서서히 잠을 깬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주말 아침, 아들의 친구들은 9시부터 전화를 해댄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이 전화를 한다. 지난주 내내 붙어있었을 이 아이들은  아직도 할 이야기가 남은 것인지 한 번 시작된 통화는 끝나지 않는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슬며시 방을 나가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 한다는 말이 11시에 친구들 놀러 와도 되냐는 말을 한다. 나가서 놀면 놀았지 일요일 아침부터 친구들을 집에 불러 놀고 싶다는 아이... 순간 나는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분명 우리에겐 약속이 있었다. 못다 한 숙제를 다 하고 도서관에 가서 실컷 있다 오자는 약속이었다. 평소 잘 놀아주지 못하는 나는 아들과 나름 오붓하게 즐기는 그 시간이 좋다. 한 주를 여유롭게 즐기는 그 시간이 달콤하다. 주말 이틀 중 하루라도 그 시간을 가지고 싶다.


어제도 친구가 놀러 와 저녁이 다 되어 돌아갔다. 친구가 놀러 오자 아들은 치킨을 시켜달라며 나를 달달 볶았다. 치킨 한 마리를 시켜주고는 셋이 앉아 야무지게 다 뜯어먹었다. 오늘은 치킨을 시켜달라고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며 나를 구슬린다. 나는 싫다. 일요일 아침부터 집을 찾아오겠다는 친구 두 명에게 갑자기 짜증이 난다. 나와의 약속일랑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이 상황이 싫다. 후다닥 씻고 옷을 챙겨 입은 아들은 친구들을 마중 나간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아... 집에 있으며 남자아이 셋이 만들어낼 소음을 견딜 자신이 없다. 아이는 엄마인  내가 집에 있길 바라지만 난 그걸 견딜 자신이 없다. 서둘러 세수를 하고 가방을 쌌다.  그동안 소홀히 했던 글이나 써야지. 오늘은 온전히 그래야지. 하며 가방에 책을 쑤셔 넣고 집을 나섰다. 아직은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어젯밤엔 비바람 소리에 잠을 못 는데 오늘은 해가 떴다. 습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에 닿자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아침부터 까페 피서를 온  건지 사람들이 삼삼오오 많이도 앉아있다. 주말아침이라 그런지 유독 아기들이 많이 보인다.100센티는 되었을까. 이제 갓 돌 넘은 아기들 몇 명이 엄마가 사진 찍어준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지자로 뛰어다닌다. 어쩜 저렇게 조그말까. 저렇게 조그만 키에 팔, 다리가 비율 좋게 다 달려 다다다다 뛰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내 아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저 아기들도 10년 뒤엔 위아래로 쭉쭉 늘어나 엄마보단 친구들을 더 찾는 아이들이 되겠지. 그땐 저 엄마들도 나처럼 까페에 와 앉아 있으려나. 


몇 시까지 놀거니?

...5시?

뭐? 하루종일?

어.. 그럼 4시? 아니 4시 반?

친구들이 그렇게 좋으냐....


이런 내 감정은 또 뭐란 말이냐...


점심 시간이 넘어가자 사람들이 몰려든다. 족히 50명 이상이 만들어내는 웅성거림에 급기야 아기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배경음악의 데시벨이 점점 더 올라간다. 내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 두 분이 아기들 소리가 시끄럽다며 구시렁거린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주말을 맞이하고 싶어서 까페로 나온 내가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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