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이 되자. 다시 태어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잘라야지 잘라야지 하다 부러지기 직전인 관리가 안 된 손톱. 또 그냥 나갈까 봐 “엄마 이제 손톱 자를 거야.” 라고 선언하듯 말한다. 무사히 손톱깍이를 꺼내 집었다. 산에 들어가 머리 깎는 마음으로(크리스천이다) 또각또각 자른다.
‘새 사람이 되자. 다시 태어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정리가 안 된 집을 정리 한다. 내 머릿속을 대변하는 것 같다. 내 정신을 여기 어디서 잃어버린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다. 어디다 두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 보려 하지만 흐릿한 실루엣만 떠오른다.
어제는 꽤 크게 차 사고를 냈다. 차 앞이 반파가 되었고, 버스 옆이 움푹 들어갔다. 주의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나무도 타고 있었다. 나무는 엄마 차가 부서졌다고 자꾸 “나무가 고쳐줄게.”해서 말리느라 혼났다.
정신도 없고 날도 춥고 마음도 추웠다. 나무도 춥다고 했다. 다행히 누나 학교에 별공부 하러가던 중이라 추울까봐 챙겨온 나무의 털패딩이 있었다. 나무에게 그걸 덧 입혀주었더니 이제 안 춥다 했다. 다행인 일은 언제나 있다.
어머니가 데리러 와 주시고 나주곰탕을 사 주셨다. 집에 와서 남편이 사 온 피자 먹으면서 온 가족이 어제 못 본 싱어게인을 다시보기로 봤다. 침대에 나무를 눕히는데 깔깔대고 장난쳤다. 속도가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버스가 나무쪽을 받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전에 봤지만 기억나지 않는 미드에서 주인공의 대사만 떠오른다.
“I’m a mess.”
나 엉망이야. 알맹이를 잃어버리고 껍질을 꾸며봤자 빈 것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 속이 빈 걸 내가 알아서 옹졸해진다.
누가 한 단계 성장하기 전에 꼭 똥멍청이구간이 있다고 한 걸 생각한다. 위로가 되거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독립출판 제작자 모임에 가고 있다. 지하철은 정말 글 쓰고 책 읽기 좋다. 긴 글을 집중해서 쓴다. 기쁘다. 그냥 아무 일 없어도 경의중앙선을 타야겠다.
오늘 와글 멤버들을 만나서 다행이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임 어 매쓰’ 라고 말하자. 힘을 얻고 싶다. 집 나간 집중력을 끌어모아 많이 배우고 싶다. 그냥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뜨거운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