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서고 싶다

나무자세

by 슬로우무빙


윤석철 님의 ‘즐겁게, 음악’이 거실에 기분 좋게 울려 퍼진다. 새롭게 수업하게 된 학교

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선생님, 이번 요가 수업에 척추측만증이 조금 심한 아이가 함께 해도 될까요? 신경섬유종이 있는 친구예요. 합병증으로 측만증이 있는데 방학 지나고 나니 더 심해졌어요. 너무 안타까워요.”


그 아이가 측만증이 없는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요가를 할 수 있을지, 그룹 수업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는지 걱정되는 마음에서 말씀하셨다.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Yes.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무조건 환영이에요. 걱정 마세요.”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을 대상으로 운동치료를 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보니 몸이 불편한 아이들과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크다. 그렇게 순영이를 만났다.

4학년부터 6학년의 아이들 다섯 명이 모였다. 순영이는 6학년이고 키와 체구는 가장 작았다. 유난히 작은 목소리였지만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몸짓이 얘기하고 있었다. 잘해보고 싶다고.


신경섬유종은 유전자 문제로 발병한다. 유전력이 있고 특징이 몸에 커피 빛 반점이 생기고, 척추측만증 등 골격계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또 겨드랑이, 서혜부, 얼굴 등에 주근깨가 있고 그 외에 종양이 있을 수도 있다.

한참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 초6학년 소녀 순영이도 이곳저곳에 큰 점이 있었고, 측만증이 심해서 비뚤어진 어깨와 볼록 튀어나온 등 그리고 변형된 다리가 보였다.

각자의 매트에 앉아 수업을 시작했을 때 모두 양반자세로 앉았지만 순영이는 양 무릎이 바닥에서 많이 뜨며 불편해 보였다.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없었고 누울 때에도 무릎을 조금씩은 세우고 있어야 편했다. 무엇인가 새로운 동작을 할 때면 “ 잘 안되는데…”, “다리가 아프…” 표현은 하지만 끝까지 말하지는 못하는 소심한 아이. 하지만 잘하고 싶은 아이.


순영이가 할 수 있는 대체 동작들을 알려주었다.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상체를 숙이는 자세를 할 때에는 근육의 당김과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할 수 있도록 했다. 엎드려서 상체를 들어 올리는 코브라 자세를 할 때에는 순영이는 엎드릴 수 없기에 기어가는 자세를 취해서 몸통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고맙게도 순영이는 “이렇게요? 선생님 이거 맞아요?”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아이들은 고맙게도 순영이를 배려했다.

사실 순영이는 아플까 봐 몸을 많이 사렸다. 할 수 있는 것도 하면 아플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딱 걸렸다. ‘순영아. 너 선생님 잘 만났다. 하하.’ 속으로 웃는다. 측만증이 심한 순영이를 위한 소소 운동이 들어갔다. 다 함께 요가를 하면서도 그 안에서 소소하게 그녀만을 위한 운동을 했다. 어느 날은 아팠던지 눈물도 찔끔 흘려 눈이 벌겋게 되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거니까. 안 하면 못하게 되는 거니까.







고맙게도 순영이는 요가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수업이 3, 4회 정도 지나자 정겨운 인사와 함께 활동실로 들어왔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어느 날은 조금 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똑바로 서고 싶어요. 다른 애들 하는 거 저도 하고 싶어요."이렇게 마음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가 좋아하는 요가 자세가 있다. 나무자세. 선 자세에서 하는 요가 동작 중 나무자세를 할 때에는 상상 요법을 사용한다.



“여러분은 나무예요. 두 발을 모아 보세요. 땅 아래로 아주 튼튼한 뿌리가 넓고 깊게 펼쳐져 있죠. 땅 위로 나무가 곧게 서 있어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올 때 우리들 나무는 흔들리긴 하지만 절대 넘어지지 않아요. 자, 나무가 되어볼까요?”


두 다리를 모으고 서서 팔을 활짝 열고 바람 불 때 나무처럼 흔들흔들 움직여본다. 그저 재미있다. 깔깔깔 웃음이 퍼진다. 하지만 한 다리로 서서 유지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비틀비틀 흔들리며 어디선가 비명소리도. 아주 난리다.

그 안에서 한 숨, 한 호흡 정리하며 견고한 나무가 된다. 그날 순영이는 소리쳤다.

“선생님, 이거 되네요."

동글동글 눈도 큰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눈이 더 커졌다. 한쪽은 잘 되고 반대쪽은 안되었지만 그날 이후 나무자세는 순영에게 최고의 동작이다.








#나무자세

• 두 다리를 모으고 바르게 선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반대편 허벅지 안쪽에

발바닥을 붙인다.

양손을 가슴 앞에 합장한다.

• 중심이 잡히면 합장 한 두 손을 머리 위로 뻗어

올린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나뭇잎에는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유연성이 있으며, 줄기에는 강풍을 견디는 저항력이 있다.


나무 자세에서 요기의 심장은 하늘과 땅의 균형을 이룬 곳에 위치한다. 나무 자세를 수행한 요기는 선의와 공정심을 가지고 행동하며, 다른 존재에게 관대한 마음을 베풀게 된다. 또한 서로를 의지하여 강풍도 이겨내는 나무들의 저항력을 얻게 될 것이다.(출처 :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순영이가 함께 한 어울림 나무


그 해 겨울 방학 순영이는 척추에 나사못을 넣어 측만각도를 줄이는 수술을 했다. 그녀의 건강한 몸과 함께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으리라. 유연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누며 살아가길. 그리고 서로 어울리며 힘 있게 나아가길.


그렇게 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너는 순영이니까. 나무니까.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