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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an 23. 2024

발망치


주말이면 두 녀석 발망치가 유별나다.

"쿵쾅쿵쾅. 나 잡아봐라-"

그 기세를 단호한 톤으로 맥을 끊는다.

"그만. 차렷. 제자리에서 3분간 생각해."


나란히 서 있는 두 녀석은 온몸이 근질근질한지 춤도 추고 노래도 하지만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주어진 ‘생각하는 시간’을 즐긴다.


“멈춘 시간 동안 무슨 생각했어?”
“밑에 집 동생 자니깐, 뛰면 안 돼요.”
“맞아. 같이 노는 건 너무 좋은데 뛰진 않았으면 좋겠어.”


'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재빠르게 뛰어가는 두 녀석의 등 뒤에서 소리친다.


차렷!”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아이들보다 서둘러 침대로 향한다. 시계를 볼 줄 몰라도, 어둑해진 하늘과 침실로 향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잘 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 아이는, 놀던 장난감을 정리하고 무드등까지 소등한 후 침실로 들어온다. 아이의 등장에 사심 가득한 설렘을 즉각 표한다.


“마사지해 줘!”


발끝힘이 야무진 6살 아이는 10번만 하겠다며 엎드린 엄마 등에 자연스럽게 올라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2.3.4.5.6.9.11.12.7.10!


오늘은 보너스 1회 더 받았다.

숫자를 모르는 맛이 제법 달달하다.     



자근자근 한 발씩 옮기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적당한 무게감에 오늘의 피로는 사르르 녹는다.

주취자가 내게 준 고통이, 사르르 녹는다.


힘들다며 폴짝 뛰어내린 아이는 내 어깨를 맞대고 눕는다. 아이의 짧은 다리를 끌어당겨 기특한 발망치를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차근차근 주무른다. 6살 아이는 제법 연륜이 느껴지는 감탄사를 뽐낸다.


“아- 시원하다.”     







진통이랄 것도 없는 통증 속에 만난 둘째가 내 머릿속에 명확히 입력된 시기는, 꽤 늦다.     


조리원 입실 후, 불안해하는 첫째에게 가기 위해 외출 신청을 했고, 하필이면 그 시간이 '모자동실' 시간이었다. 서둘러 우유만 주고 외출을 진행하겠다고 조리원 간호사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둘째가 방으로 왔다.     


반기지 않는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엄마의 품이 그리웠는지, 침대에 닿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작고 따뜻한 무엇이 내 품에 속 안길 때, 가슴 한가운데 작은 파동이 일렀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뜨거운 눈물과 함께 목놓아 울었다. 이윽고 아이는 울음을 멈췄다.

손바닥에 맞닿은 빨갛고 쪼글쪼글한 작은 발뭉치를 쓰다듬었을 때 아이는 그제야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나도 따라 웃었다.    

  




작은 발은 제법 도톰해져 여전히 나에게 웃음과 울음을 제공한다.


쿵쾅쿵쾅 발망치에 대한 단호한 생각의 시간에도, 엄마를 마주 보며 유치원에서 배운 발레를 선보인다.


퇴근 후 지쳐 침대에 엎어져 넋을 놓고 있을 때도, 먼저 조용히 다가와 달곰한 말을 건넨다.

“엄마 마사지 해줄까?”     



자는 아이의 발을 내 손바닥과 맞댄다.

성큼성큼 자라는 발이 유독 서운하다.

그럼에도 손가락 끝에 힘을 줘, 쑥쑥 성장하기 바라며 정성 들여 마사지한다. 그리고 자는 아이 귀에 속삭인다.


‘우리 시율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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