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어디 있냐는 물음에, 시후는 아빠산타가 오실 거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아직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시후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우리 부부는 산타 행사에 대한 마음이 미지근해졌다. 어차피 아빠가 산타라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었다. 그리고 이미 할머니 찬스를 통해, 티렉스카드와 엘사치마, 가방을 득한 아이들이기도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연휴는 아무 일 없이 흘러 25일 저녁을 향하고 있었다.
무미건조하던 그때 안방에 있는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프라이즈를 위해.
산타 역할을 위한 사다리 타기를 제안을 했고, 역시 내기에 약한 내가 당첨이 됐다.
급하게 냉장고를 뒤져 선물이 될만한 것을 찾았다. 발끝을 세워 종종걸음으로 발코니로 나가 산타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똑. 똑. 똑. 문 열어 주세요. 산타가 왔어요.”
문 앞에 기다린 순간, 시후가 먼저 다가왔다.
씩 웃는 아이는 서둘러 문을 열고, 나에게 건넨다.
“엄마! 선글라스 벗어요!”
그림을 그리던 시율이도 짧은 다리를 앞뒤로 휘저으며 내게 왔다.
“엄마인 거 다 알거든!”
산타복은 입은 나도, 동영상을 촬영하던 남편도 웃음이 터졌다. 산타가 어떠한 이야기를 건네도 듣지 않는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선물을 건넸다.
“우리 시후 좋아하는 오이, 우리 시율이 좋아하는 사과!”
오이를 받고 활짝 웃는 시후, 사과를 받지 않는 시율이. 그렇게 뾰로통한 시율이를 안고서야 우리의 크리스마스 밤이 깊어갔다.
여며지지도 않는 산타복, 입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하얀 수염을 벗어던졌다.
“4년 입은 산타복 보내주자.”
불과 1년 전까지, 설렘 가득한 눈으로 산타를 마주했던 아이들이 더 이상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산타 행사의 번거로움이 사라졌다는 개운함과 동시에 묘한 서운함이 교차했다. 이윽고 마구 접은 산타복을 쓰레기통 옆에 툭 던졌다.
“다 컸네 녀석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홀로 켜진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앉았다.
‘카톡.’
오늘 찍은 산타 행사 동영상이 도착했다.
2분 35초 동안의 우리가, 네모 프레임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엉성한 산타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멋진 선물 대신 오이와 사과를 받았음에도 밝게 웃는 아이들, 그 모습을 담으며 즐거움을 함께 담은 남편.
우린 그 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 여전히 행복했다.
핸드폰에 담긴 2023년크리스마스 영상에 자꾸 손이 간다. 시선이 닿는다. 마음을 뺏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