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오지 마! 베란다 문 열어!”
“엄마 불났어?”
“소방차 전화할게요!”
임연수 한 토막 굽는데 사달이 났다. 희뿌연 연기로 가득 채운 주방에, 요란한 소리를 뽐내는 생선 하나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오늘도 요똥은 이렇게 증명된다.
제멋대로 튀어 오르는 기름으로 감히 가까이할 수 없었다. 지글지글 끓는 소리에 행여 까맣게 변할까, 내 속도 함께 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새빨간 고무장갑.
급하게 끼고 뒤집개를 움켜쥔다. 이제 무서운 것 하나 없다. 평온을 찾은 난, 생선을 이리저리 굴러가며 알맞게 익힌다. 그러던 사이, 시후가 가까이 왔다.
“설거지할 거야?”
“아니, 생선 굽는 거거든.”
생선도, 기름에 굽는 음식도 싫어하는 나와 달리, 아이들은 기름을 살짝 두른 생선구이를 참 좋아한다.
특히 임연수 구이는 두툼한 살코기로 씹는 맛도 일품이고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이 가득해 부족한 요리 솜씨의 죄책감을 감싸주는 감사한 식재료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홀로 맞이하는 저녁시간이 두려웠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에, 폭풍우가 휩쓸고 간 듯 낱낱이 흩어진 장난감 잔해들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고행에 가까운 시간들은 나를 덮쳤고, 애꿎은 화살은 늘 남편의 몫이었다.
누구나 그랬듯, ‘아이들이 크면 달라져’라는 말을 그때의 미숙한 난 이해 못 했고 무책임한 말이라 톡톡 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오늘의 저녁시간은 달랐다.
다소 우수깡스러운 엄마의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 이따금 질책과 당근도 아끼지 않는다.
“우리 엄마 잘한다.”
“엄마 빨리빨리 하세요. 배고프다고.”
튀는 생선과 사투를 버리는 사이, 아이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고 수저를 챙겨 식탁에 앉아 기다린다.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이 주인공처럼 식탁에 등장했을 때 수저를 내밀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뿜어 내는 모습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손으로 생선살을 바르기 시작했다.
하얀 쌀밥 위 생선살 한 줌.
야무지게 입안 가득 채우는 모습에 손끝의 뜨거움을 잊은 지 오래다.
나는 오늘도 작은 일상에서 사랑을 익힌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던 엄마의 말이, 오늘에서야 내 가슴에 닿았다.
“엄마, 생선 또 주세요.”
“다 먹었는데. 이제 고기 먹어.”
“냉장고에 있다고.”
냉동고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생선 한 토막을 찾은 시후는 나에게 불쑥 내밀었다. 얼어서 지금 먹을 수 없다고, 내일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다시 의자를 당겨 식사를 재개했다.
시지각이 좋지 않은 아이는 매의 눈으로 생선 한 토막을 찾아냈다.
임연수 구이 덕분에, 걱정을 덜었다.
임연수 구이 효능 :
눈 건강, 면역력 강화, 뼈 건강 증진 등 성장기 어린이뿐 아니라, 여성 골다공증에도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