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민 Jan 25. 2024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딸 혼자 두고 가려니깐 발이 안 떨어진다.”


글썽이는 눈으로 딸을 지그시 바라보는 소녀 감성 가득한 금자 씨는, 내가 존경하는 우리 엄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아껴보고자 고향에 내려가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역시나 익숙한 환경은 딸의 수험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엄마는, 숨겨둔 5천만 원을 턱 하니 내놓으며, 노량진행을 제안했다. 남들은 고시원에서 시작하는 수험생활을 그렇게 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은 원룸 안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는 나를 서울에 홀로 두고 가는 것이 서운한지, 근처 식당으로 이끌었다.


“들깨 칼국수 어때? 괜찮지?”     


커다란 가락국수 그릇을 가득 채운 들깨 칼국수와 갓 버무려 나온 겉절이가 상 위에 놓였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단출히 올려져 있는 칼국수와 김치를 한동안 바라보던 엄마는 이윽고 사장님을 찾았다.


“사장님, 수육도 주세요!”
“안돼. 너무 많아. 다 못 먹어.”
“사람은 밥심이다- 배가 허하면 사람은 큰일 못해. 먹고 배부르면 남겨.”     


엄마의 의욕 넘치는 표정에 말릴 재간이 없이, 오늘은 엄마 하고 싶은 대로 지켜봤다.

역시, 우린 수육을 절반가까이 남겼지만, 엄마가 지원해 준 뱃심으로 경찰이 되었다.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던 겨울날, 빵부장과 오랜만에 따뜻한 한 그릇을 약속했다.


“부장님 들깨 칼국수 좋아하세요?”
“뭐든 괜찮아요.”


그렇게 칼바람이 불던 날, 강추위에 버스도 얼었는약속시간에 늦은 난, 빵부장에게 시켜놓으라고 연락을 했고 바글바글 거리는 식당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몇 시간 전 화려한 야간근무를 보낸 우린, 허옇고 퉁퉁 불은 얼굴로 마주했다. 좀 잤느냐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앞에 놓인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겼을 때, 눈앞에 놓인 차림을 보고, 가슴에서 불쑥 튀어나온 말을 건넸다.    

 

“엄마 생각나네요.
난 맛있는 거 보면 엄마생각이 나더라고요.”     


눈을 동그랗게 뜬 부장은 다소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이상하게 난 그랬다.


맛있는 음식 먹으면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랑 함께하는 맛있는 한 그릇을 상상한다.


난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는 것이 틀림없다.







국물에 칼국수,

여백의 미를 뽐내는 부추 3가닥,

그리고 실고추 한 줄.


도톰한 도자기 그릇을 가득 채운 들깨칼국수는 그저 단조롭다.     


수저에 국물만 담아 입안에 넣는 순간,

진득함 덕분에 뱃속이 화려해진다.     



눈앞에 놓인 한 그릇은 엄마를 닮았다. 

뜨끈하고 찰진 따스함이 엄마를 닮았다.




· 사진출처 : 빵부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