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드라마를 보며

by 그날의마음

거의 날마다 옛날 일일드라마를 본다. 한달쯤 되었을까.


요즘 드라마에 비해 화면도 밝고 대사도 스토리도 단순하다. 지지고 볶는 가족 얘기, 며느리를 갈구는 시어머니, 자식의 결혼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부모, 헤어졌던 이들의 만남 등등. 얼마나 울궈먹었을까. 하지만 그 푹푹 고은 사골 맛 덕에 생각이란 걸 하지 않고도 편히 볼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10년도 더 지난 드라마를 틀어놓고는 반찬을 만들었다. 야채를 씻고 다듬고 채를 썰고. 그렇게 별로 재미도 없는 일을 반복한다면 피곤할 테지만, 괜찮았다. 나는 어디까지나 드라마를 보고 있었으니까. 약간의 손동작을 하면서 편히 놀았던 거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피로를 풀어주는 노동요가 되었다.

요즘 드라마처럼 끔찍한 음모나 피 튀기는 살인 장면도 없어서 평안을 유지할 수도 있다. 멍하니 정지한 뇌로도 킬킬거리기도 하고, 눈물 한방울도 추가하면서 그 세계의 재미에 푹 빠진다. 유치하면 어때, 사는 게 다 그렇지. 진짜 다행이다, 저 정도면 태평성대네. 가끔 이런 추임새도 넣는다.


그리고 자주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상을 덧붙이기도 한다. 울고 있는 아줌마, 성질 내는 갱년기 여성, 퇴직하고 붙박이가 돼 집에 있는 아저씨 등등. 빤짝이는 남녀 주인공 뒤에 있는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를 병풍 인물들에 대한 공감이다. 드라마에서 소개되지도 않은 그들의 속사정까지 왠지 이해할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나도 이제 인생의 쓴맛을 충분히 알게 됐다는 뜻이겠지. 그런 점들은 젊고 예쁘고 반짝이는 인생보다 그 반대가 더 많은, 진짜 인생을 좀 닮았다.


무엇보다도 옛날 드라마가 속편한 것은, 결국은 다 행복해진다는 데 있다. 밝고 명랑한 화면처럼 그 분위기가 내용으로도 쭉 이어져 마지막에는 모두가 화해를 한다. 착한 사람은 잘 되고, 악인이라도 해도 심하게 비참해지는 일은 드물다. 우리 현실도 모두 그렇다면 참 좋겠다. 그런 결말을 대할 때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깔끔해진다. 이런 걸 카타르시스라 칭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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