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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의마음 Dec 20. 2024

나, 까이려고 글 쓰는 사람?

-- 만족하며 사는 삶을 궁리합니다 


'작가님의 원고는 기획은 좋으나 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열흘쯤 전이었나, 오래 묵혀둔 원고를 미친 척하고 5개의 출판사에 보냈다. 이 이메일은 두 번째로 답신을 준 B출판사에서 온 것이었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뒷말은 알 수 있었다. 대형 출판사니 퇴짜 맞을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잡다한 책들도 많이 내길래 별 따는 기분으로 도전해 봤는데 역시나 나는 아니었다. 그래도 아니라는 확실한 답변이 약간 감사하기도 했다. 예의 바르고 모든 내용이 선명했으니까.


어쩌면 이렇게 느낀 것은 A출판사 영향일지도 몰랐다.   A출판사는 투고하자마자 1시간 만에 연락을 준 곳이다. 교보문고에 진열된 책도 몇 권 있는, 괜찮은 곳이라 생각했기에 얼떨떨하면서도 설렜다. 하지만 제안 내용을 보니 똑 떨어지는 간단한 설명이 아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문장력도 업무능력도 떨어지는 것일까. 지인을 통해 그쪽에서 출판한 K작가에게 물었더니 최소한 삼사십 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웬만하면 다른 출판사와 일하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자기 의견을 밝혔다. 그녀의 조언대로 계약금, 발행부수, 팔리지 않은 책에 대한 처리 등등에 대해 이메일로 구체적으로 물었고,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답을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재중 전화가 찍혔을 뿐 며칠이 지나도 이메일이 오지 않았다. 분명 자비출판이 아니라 했지만 A출판사의 태도는 찜찜했고, 덕분에 그곳에서 나온 모든 책들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됐다. 


결과적으로 A와 B 두 출판사 모두 물 건너갔고, 답이 없는 나머지 3개의 출판사도 그리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재 나는, 다 괜찮으니 상처받고 슬퍼하지 말라며 일찌감치 나를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다독이고 토닥여도 이런 실패의 경험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굳은살이 배길 만도 한데 매번 새롭게 서럽다. 도대체 왜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그 시간 동안 부동산 투자를 했으면, 아니 과외라도 했으면 이것보다는 성과가 있겠다 하면서 나의 빗나간 판단을 후회도 한다. 물론 부동산을 해서 돈이 물렸을 수도, 과외를 하느라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이성적으로 후회를 했다면 그 짓을 안 하면 되는데 왜 나는 그만두지 못할까.  투고 같은 거 하지 말고, 혼자서 즐겁게 쓰고 친구들과 돌려보며 웃는다면 오히려 인생이 풍요로울 수도 있을 텐데. 정말 출판이 하고 싶다면 자비출판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POD 방식도 있다. 출판이 되어야 좋은 글이고 세상에서 인정받는다고 할 수도 없는데 왜 그것을 고집하며 시간을 쓰고 수고하는지, 효율이나 실리 면에서 전혀 득 될 것 없는 짓을  반복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인가 계속하는 것만이 최고가 아니다. 적당한 시점에서 관두는 법을 알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의 시간도 체력도 유한하니 가장 효율적인 것,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떠나가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보자고 생각한다.(누군가 나의 뒷모습을 지켜볼지 그것은 의문이지만. 내가 나를 지켜보기로 한다.) 글쓰기를 사랑했다고 말하기에는 미흡한 점도 있으나 집착했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뭔가를 열심히 해서 그것이 기쁨이 되지 않고 슬픔으로 다가온다면 접는 것이 맞다. 100군데 정도 투고 해보고 꼭 좋은 데에서 출판하라는  K작가의 조언은 실천하지 못할 것 같다. 더 이상 까이는 것은 싫으니까. 

                                                                                                       (2024년 여름과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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