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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물 같은 현재 Dec 15. 2022

한 움큼의 머리카락

예쁜 머리띠 사줄게


"저 사람은 왜 머리카락이 없어?"

아이는 내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치료를 하다 보면 약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해."

 "나도 저렇게 돼?"

 "응.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치료가 끝나면 다시 나."

목 끝까지 올라온 슬픔을 삼키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라푼젤처럼 긴 머리카락이 예쁘다는 아이. 엘사 공주가 좋은 아이.




머리를 감겨줬다. 늘 그렇듯 묶어 둔 머리카락을 풀고 물을 묻혔다. 손으로 이리저리 적셔주는 순간, 어릴 때 갖고 놀던 뿔 인형의 머리카락이 고정 안되어 빠지는 것처럼 머리카락 한 움큼이 빠졌다. 며칠 전부터 원형 탈모가 보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왕창 빠질 줄 몰랐다. 황급히 문구용 가위로 빠지며 엉켜버린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 순간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가위는 헛돌며 잘 잘리지 않는다. 아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엄마, 머리카락 짧아서 남자처럼 보여?"

"아니, 넌 얼굴이 예뻐서 여자로 보여. 너한테 잘 어울리는 예쁜 머리띠 사줄게."



그 뒤로도 하얀 침대 시트가 검은색 머리카락으로 다 뒤덮었고, 결국 두피를 훤히 들어내게 되었다.




*사진 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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