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실의 옆 자리 엄마가 이걸 써보라며 건넨다. 멸균 장갑, 소독 티슈다. 이제부턴 씻은 손이라도 멸균 처리된 장갑을 끼고 음식을 먹어라 한다. 과자를 비롯한 음식은 금방 개봉된 것만 먹고 남은 건 폐기 처분이다. 먹다가 테이블 위에 떨어진 음식은 3초가 지나지 않으면 주워 먹어도 된다 했는데 이젠 먹으면 안 된다. 생수도 개봉 후 4시간 이내 음용,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 불가, 캔 음료만 가능, 빵도 질소포장된 것만 가능하고 케이크와 같이 크림 있는 것은 안 된다. 제한 식품이 A4용지 빡빡하게 2페이지다.
사용한 젖은 수건은 세균 번식되어 아이들에게 좋지 않으니 비닐봉지에 싸두어라. 손을 닦을 땐 수건 대신 키친타월을 사용하라며 폴대에 스카치테이프로 고리를 만들어 걸어준다.
수시로 생기는 작은 쓰레기들은 폴대 하단 고리에 일회용 봉지를 매달아 사용하고, 자주 버려줘서 청결하게 유지하라고 한다.
칫솔은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용으로 4개를 구비하고 바짝 말린 칫솔은 칫솔 살균기에 넣어 살균하여 쓴다. 항암 부작용으로 구내염이 잘 생기기 때문에 생리식염수로 가글도 해준다.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의 수치가 바닥인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라 신생아를 키울 때보다 더욱 위생을 신경 써야 했다.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문을 통과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일상이 일상 같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